나초스 前 美 국제개발처 국장 청문회 증언▼
앤드루 나초스(사진)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국장은 14일 “북한의 식량난은 도시형 기근(urban famine)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사회 불안을 유발해 정치적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중반의 북한 식량난을 다룬 저서 ‘북한 대기근’(2001년)의 저자인 그는 이날 미 하원 재무위원회의 세계 식량위기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의 경우 곡물 가격 인상이 기아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초스 전 국장은 “중소 도시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도시형 기근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며 주민들이 조용히 죽어가는 농촌형(rural) 기근보다 훨씬 더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며 “1990년대 중반 적어도 250만 명이 굶어 죽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초스 전 국장은 “아시아 지역의 식량난은 사재기의 결과일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 정부가 수백만 t의 쌀을 아시아 시장에 내놓으면 사재기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의 부의장을 지낸 나초스 전 국장은 수차례 북한을 방문해 식량난 실태를 조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기아 문제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펴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여건 갖춰지면 핵 관계없이 대북 식량지원”
李대통령-뉴질랜드 총리 회담▼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대북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해 “대형 경제협력이나 투자 등은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아 가면서 해야 되지만, 여건이 갖춰지면 핵문제와 관계없이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곡물 값이 굉장히 많이 오르고, 한국 다음으로 지원을 많이 하는 중국이 지진으로 대북 식량지원을 크게 줄일까 걱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과 클라크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FTA를 체결할 경우 경제성장률 증가, 양국 간 교역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양국의 민간 공동연구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정부 간 예비협의를 개최해 양국 간 FTA 범위와 기대수준 등을 공식 협의키로 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외교부-WFP ‘北 식량사정’ 논의
대북지원 사전준비 나선듯▼
정부 당국자가 16일 세계식량계획(WFP) 측 인사를 만나 북한의 식량 사정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정부가 WFP를 통해 대북 식량지원의 사전 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허철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은 이날 레베카 핸슨 WFP 인사담당 국장과 만나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한 WFP의 의견을 청취하고 대북 식량지원 계획 및 모니터링 체계 등을 설명 들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핸슨 국장은 외교부가 마련한 ‘국제기구 진출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정부는 현재 WFP를 통한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WFP 측이 한국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할 경우 지원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