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7일(현지 시간) 미국 국무부 발표 12시간 만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어 대남방송인 평양방송, 대내 라디오 방송인 중앙방송과 중앙TV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국민에게 신속히 알렸다.
북한은 이들 보도에서 이번 지원이 당면한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되고 미국과 북한 두 나라 국민들 사이에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발표를 공식화해 향후 철저한 이행을 강조하면서 대내적으로는 식량난에 지친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고 아사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적이라고 선전 선동해 온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지원받게 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일종의 사전 양해를 구하고 군부 등 강경파에 대해서는 핵 문제 양보에 대한 대가를 확보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방송과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8일과 9일에도 미국 협상단의 방북 사실을 알리고 “협상이 진지하게 잘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南“환영… ‘北요청때 지원’ 원칙은 불변”▼
미국이 북한에 식량 50만 t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정부는 18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계획 발표에 대한 우리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이번에 미국 정부가 인도주의에 입각해 식량지원 계획을 발표하게 된 것을 환영하며 이러한 지원이 북한의 식량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간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요청하면 지원한다’는 기존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의 대북 지원과는 별도로 한국 정부 차원의 식량 지원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여론을 무시하고 갑자기 원칙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의 식량 지원에 따라 북한이 한국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은 더 적어졌다”며 “북한은 방북한 민간 대표단에 ‘한국 정부에 먼저 지원 요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인 6자회담에서 핵 폐기 2단계(불능화 및 신고)가 완료될 경우 대북 지원을 위한 조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