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장관, 종친 청탁받고 수협 고위직 낙점 의혹

  • 입력 2008년 5월 20일 13시 37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신동아 6월호 보도…“장관님께 ‘좋은 자리 하나 달라’했더니 주더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평소 알고 지내온 진주 강씨 종친 강병순(62)씨로부터 “좋은 자리 하나 달라”는 인사 청탁을 받고 지난 3월 강씨가 수협중앙회 사외이사가 되도록 해줬다고 19일 발행된 월간 ‘신동아’ 6월호가 보도했다. 강 장관은 한 달 뒤 강씨가 수협의 요직인 감사위원장에 선임되는 데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장관 개입설은 수협 현직 감사위원이 폭로했다.

강씨는 3월27일 기획재정부 추천에 의해 수협 사외이사에 임명됐다. 강씨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종친회에 나가 강 장관님을 몇 차례 만났다. 장관님께 ‘수협에 추천할 사람이 있으면 나를 한 번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 길흉사 같은 데서 만나 장관님께 ‘좋은 데 있으면 하나 주소’라고 해 이런 얘기가 오고가고 한거다”라며 인사 청탁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강씨는 “수협에서 ‘사외이사 추천해 달라’는 문서가 기획재정부로 왔겠지. 그래서 장관님께서 보고받고는 나를 추천한 것으로 생각한다. 되고 나서 장관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수협 사외이사가 된 뒤 수협 감사위원으로 선출된 데 이어 4월30일 수협 감사위원장에 선임됐다. 수협 감사위원장은 2년 상임직으로 1억6000여 만원의 기본 연봉 외에 업무추진비 등 각종 지원을 포함, 연 2억원 이상을 받으며 수협 감사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강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 조직인 ‘2007 선진국민연대’ 산하‘수산현장포럼’대표와 ‘수산위원회’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추천한 강씨와 수협 감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한 이선준 수협 감사위원(농림수산식품부 추천)은 강만수 장관이 강씨가 수협 감사위원장이 되는 데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협감사위원장 선임은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간 파워게임 양상이 되어 두 차례(4월3일, 4월17일) 회의에서 강씨와 이씨 중 누구를 선임할지 결론을 내지 못하다 4월30일 이 감사위원이 갑자기 포기함으로써 강씨가 감사위원장이 됐다. 이선준 감사위원은 “강병순 위원으로부터 ‘강 장관이 수협 감사위원 선임 문제가 조율된 사실을 전화통화로 내게 알려줬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 강 위원이 강 장관으로부터 ‘조율이 됐으니 가면 잘 될 것이다’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했다는 것.

수협 김모 감사위원은 “4월30일 이선준 감사위원이 ‘중앙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하면서 포기선언을 해 이날 강병순 감사위원이 감사위원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병순 감사위원장은 “강만수 장관과 전화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강 장관은 ‘조율이 됐다’는 말은 내게 하지 않았다. 나는 이선준 위원에게 강만수 장관이나 조율과 관련된 말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확실하지도 않은 사안을 말했을 리 없고, 그쪽도 내가 안 한 얘기를 지어냈을 리도 없고, 이상하네”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후보 선대위 특보 출신인 박규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는 4월23일 수협 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박 대표이사는 쌍끌이 조업을 대상업종에서 빠뜨려 커다란 논란을 부른 1999년 한일 어업협정의 우리 측 수석대표였으며 또 같은 해 4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정책자금인 원양어업 지원 자금을 특정업체에 배정해주는 대가로 수산업체로부터 뇌물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장병구 현 수협 신용사업 대표이사는 강만수 장관이 소속되어 있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소금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협 중앙회에는 소망교회 출신, 비리 혐의 특보, 종친 등 이명박 대통령이나 강만수 장관과 밀접한 인사들이 요직을 맡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신동아’ 6월호 발간 후 보내온 해명서에서 “강병순씨는 강만수 장관의 중학교 후배이고 동향이며 일가다. 강씨는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지원활동을 했다. 강 장관은 수협회장이 함께 일하자고 한다며 추천을 부탁하여 실무자에게 검토시킨 후 강씨를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강씨는 사외이사가 된 뒤 강 장관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 강 장관은 강씨에게 ‘당신이 수협 감사위원장이 되도록 조율이 되어 있다’고 말한 적 없으며 강 장관은 수협 감사위원장 선임에 중립을 지켜 수협의 판단에 맡기도록 했다. 강 장관은 장병구 대표의 재임과 박규석 대표의 선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관련기사]신동아 발간후 기획재정부가 보내온 답변 전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