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고자 하는 것 다 얻어” “여론무마 면피용 협상”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 추가협상 여야반응

정부가 20일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미 양국 간 추가 협의 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일제히 “불리한 여론을 일시적으로 무마하려는 면피용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는 본 합의문에서 1점 1획도 고치지 않았고 협상은커녕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서신 교환을 했다. 검역주권 명문화라고 거짓 선전한 정부 여당의 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민의 우려를 전혀 불식시키지 못한 면피용 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광우병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할 경우 엄격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우리 건강이 우려된다는 사실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 등 지도부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해놓고 이를 손대지도 못한 채 별도 문서로 담보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재협상을 위한 강도 높은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재협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다 얻었다. 한국의 검역주권을 명문으로 인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더 미룰 명분과 이유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통상국장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인 정의용 의원은 이번 추가 협의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은 “미국이 보낸 서한을 보니 첫 문단에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상의 권리를 한국이 갖고 있다고 확인해 줬다”며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이 GATT 20조 발동을 사전적으로 양해한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추가한 데 대해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며 “정부에 추가 협의를 요구할 때도 이 정도까지 얻어낼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재협상이 아닌 추가 협의에 그쳤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 규정을 개정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정도 성과를 끌어냈으면 한미 FTA 비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서 “이를 거부하면 민주당이 국민에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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