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관련 “1, 2년만 참아달라”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어려운 기간에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감한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국민께 1, 2년만 참아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북도청에서 열린 대구·경북 업무보고에서 “물가가 오르고 일자리가 계획대로 (창출)되지 못해 젊은이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구조조정하고, 규제완화하고, 지방에 자율권을 주고 지원해서 1년 내지 2년 정도 어려움을 겪으면…(좋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당부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이날 자신의 고향(포항)이 있는 대구 경북 지역을 찾은 이 대통령은 이날 KTX편으로 동대구역에 도착해 시민과 팬클럽 회원 수백 명의 환영을 받은 뒤 “모처럼 고향 온 기분이 난다”며 최근 광우병 논란, 경기침체 등으로 쌓인 시름이 풀린 듯 방문 내내 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업무보고에서 ‘대운하 구간 중 낙동강 운하를 먼저 해 달라’는 김범일 대구시장의 건의에 “외국은 운하를 친(親)환경적으로 한다. (물길의 각 구간을)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하니까 뒤로 미루고…”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김 시장이 “홍수로 인한 피해 복구비가 연간 8000억 원 정도에 이른다”고 보고하자 “강을 하수구인 양 쓰는 곳은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 이런 것을 개선해야 하며 홍수기, 갈수기 이런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대운하를 추진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해 원안대로 추진을 강행하기보다는 속도조절 혹은 궤도수정을 해 가며 단계별로 분리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여권 내부에선 국민적 반대가 큰 대운하를 원안대로 강행추진하기보다는 여론의 저항이 작은 기존의 ‘뱃길 정비’ 부분부터 시작하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연결 공사’ 부분은 여론을 수렴하면서 계속 논의하자는 수정제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환경파괴 논란이 있는 조령터널 건설 등 4대 강 연결작업에 앞서 평소에도 큰 문제없이 할 수 있는 하상 및 뱃길 정비작업을 우선 추진할 방침을 이 대통령이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의 순서상 물길을 잇는 것은 제일 마지막에 해도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저런 논란이 있으면 가능한 한 순조롭게 푸는 방향으로 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