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하겠다”… 국정쇄신 방안 구체적 언급 안해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발표한 취임 후 첫 대국민 담화는 ‘사과와 호소’로 요약된다. 인선 파동으로 시작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으로 극심해진 국정 혼선에 대해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면서도,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5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강한 어조로 요청했다.》
○ 쇠고기 논란 등에 대해 “송구스럽고 모두 제 탓”
우선 그동안 쇠고기 논란에 대해 ‘소통 부재’를 자인했던 이 대통령은 이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많은 국민께서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대해 걱정하고 계신 줄로 알고 있다.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식석상에서는 그리 즐기지 않는 감성적인 표현으로 쇠고기 논란에 대한 심정을 드러내며 급격하게 벌어진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려고도 했다.
그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 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특히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더 가까이 국민께 다가가겠다.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저의 탓”이라며 “저와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심기일전하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 난맥상의 책임은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있으며, 특히 쇠고기 논란을 뼈아픈 정치적 교훈으로 삼아 유사 사건의 재발로 스스로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으로 읽히기도 한다.
○ “한미 FTA는 민생과 국익을 위한 것”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추가협의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한 만큼 쇠고기 논란이 더 확산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이에 따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은 17대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8분간의 담화 절반가량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미 FTA는 지난 정부와 17대 국회가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룬 소중한 성과이며 온 국민이 공감했던 국가적 과제”라며 “5월 임시국회 회기도, (17대 국회의원) 임기도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야를 떠나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여야가 회기를 연장하는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달 말에 초단기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방안도 한나라당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그동안 관심을 모았던 국정 쇄신 방안에 대해 “모두 내 탓이며 심기일전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출범한 지 3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인적)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국정 운영의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일부 기능 조정 및 인적 보강론이 아직은 대세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