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천’ 혐의 친박연대 비례대표 3명 일괄기소
인천 구본철-조진형 의원 ‘금품살포’ 기소 예정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땐 의원직 상실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하지만 검찰에 기소되거나 기소될 의원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불안에 떨어야만 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서청원 친박연대 공동대표와 양정례 김노식(구속수감) 의원, 양 의원 어머니 김순애 씨에 대해 개정 공직선거법 47조 2항의 “정당 후보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거나 약속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적용해 이날 기소했다.
서 대표는 친박연대의 총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양, 김 의원 측에 공천을 약속해 주고 모두 32억1000만 원의 돈을 당에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양 의원과 공모해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는 대가로 3월 27일 1억 원, 3월 28일 14억 원을 건네는 등 네 차례에 걸쳐 17억 원을 당에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을 서 대표에게 소개해 준 친박연대 동작갑 출마자 손상윤 씨의 후원 계좌에 친인척 등의 명의로 정치자금법상 기부 한도(500만 원)를 넘긴 1500만 원을 입금하고, 다른 소개자 이모 씨에게 현금 500만 원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노식 의원도 비례대표 3번을 받는 대가로 3월 25일 1억 원, 3월 26일 11억 원을 건네는 등 특별당비와 대여금 명목으로 15억1000만 원을 당에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의원에게는 자신이 대표인 ㈜백룡음료 공장 용지를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몰래 매각해 받은 중도금 2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적용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 공식계좌로 입금하든 차용금 형식으로 빌리든 돈을 전달하는 형식의 문제는 범죄 성립과 관계없다”며 “사건의 핵심은 공천의 대가로 되돌려 받을 뜻 없이 돈을 건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 의원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손 씨와 이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양 의원이 낸 돈 중 일부를 정식 회계 처리하지 않고 선거운동 비용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박연대 회계책임자 김모 국장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구본철(한나라당·인천 부평을) 의원은 지난해 9, 10월 측근인 J(여) 씨에게 지갑 벨트세트 등을 전달했고, J 씨는 이를 지역 유력인사들에게 나눠준 혐의(공직선거법위반)를 받고 있다. 조진형(한나라당·인천 부평갑) 의원은 교회에 불법 헌금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지검은 두 의원 모두 기소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부천지청도 자신의 전과 기록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한나라 비례대표 임두성 의원을 기소할 방침이다.
이로써 검찰에 의해 기소되거나 기소 예정인 18대 국회의원은 창조한국당 비례대표 이한정, 친박연대에서 제명돼 무소속이 된 김일윤(경주) 의원과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정국교 의원과 이날 기소된 의원들을 합해 모두 14명이다. 현역 의원 중 입건자는 기소 또는 기소 예정자를 포함해 91명이다.
서 대표 등 나머지 현역 국회의원들은 법원에서 징역형 또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의원직을 잃게 된다.
한편 한나라당 강용석(서울 마포을) 의원은 항소심에서 벌금 50만 원으로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17대 의원 15명 “아직 재판중”
77명 기소 경험… 권영길 의원 12년째 법정에▼
17대 국회 회기는 끝났지만 상당수의 17대 국회의원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여전히 ‘교도소 담장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30일 대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17대 국회 회기 4년(2004년 6월∼2008년 5월) 동안 17대 의원 299명의 범죄 혐의와 재판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77명이 82건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15건(18.2%)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계류 중인 재판의 혐의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명예훼손 2건 등이다.
정당별로는 통합민주당이 8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이 4명, 민주노동당 2명, 무소속 1명 순이다.
계류 기간은 정봉주 통합민주당 의원이 가장 짧은 3개월이었고,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가장 긴 12년 6개월이었다.
정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3개월 전인 올해 2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을 구형받고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권 의원은 1994년 민주노총 준비위원장의 자격으로 서울지하철 노조 파업에 찬조연설을 했다가 노동쟁의조정법(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1995년 12월 기소됐다.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이 햇수로 14년째 진행되면서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재판이 미뤄지고 있다”며 “정치인 재판은 우선적으로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법정 다툼이 심하고 의원 측에서 의원직 유지를 위해 ‘시간 끌기 재판’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이한정의원 공판후 실신소동
병원 “심전도 검사 이상 없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창조한국당 이한정(57) 의원이 3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공판 직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56분 형사11부(신용석 부장) 심리로 310호 법정에서 열린 1차 공판이 끝나고 퇴정하는 순간 법정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 11시 20분경 구급차에 실려 동수원병원으로 갔다. 이 의원은 병원에서 심전도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혈액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오후 2시경 구치소로 돌아갔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