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민간기업도 복구지원 활동 확대
■ 李대통령 지진피해 쓰촨 방문
이명박 대통령은 3박 4일 중국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최근 강진 피해가 발생한 중국 쓰촨(四川) 성을 찾아갔다.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지진피해 지역인 쓰촨 성 두장옌(都江堰) 시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흰색 계통의 미색 잠바와 검은색 바지 등 간편 복장으로 갈아입은 이 대통령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속까지 들어가 피해 현장을 살펴봤다.
이 대통령은 중국 런민(人民)은행 건물이 무너진 자리에 도착해서는 참담한 표정으로 폐허가 된 현장을 둘러보며 “도시가 완전히 비었다”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1000여 명이 거주하는 이재민촌도 들렀다. 이 대통령은 이재민촌을 떠나면서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국민을 대표해 크게 위로를 드린다. 여러분이 희망과 용기를 갖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와 보니 대부분 건물이 파괴됐고 텐트나 담요도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는 게 좋겠다”면서 후속지원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지진 현장 방문에는 국내 언론뿐 아니라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AP통신, 싱가포르 CNA방송 등 20여 개 외국 언론 취재진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청두(成都)공항에 영접하러 나온 쓰촨 성 장쥐펑(蔣巨峰) 성장이 눈물을 글썽이며 “쓰촨 성 주민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나도 눈물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이 대통령은 3억5000만 원 상당의 긴급지원 물품을 싣고 도착한 류보영(공군 대령) 수송단장 등 우리 군 장병들을 격려하며 “중국이 우리 군 수송기를 받아들인 것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공항 주기장(비행기나 중기계 등을 세워 두는 곳)에 계류 중인 우리 군 수송기 3대를 가리키며 “우리 군 수송기가 과거 중국에 들어온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인도적인 차원이긴 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같은 시간에 쓰촨 성 일대에서 복구지원 활동을 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의 경우 고위 인사들이 주초에 재난 현장을 다녀온 데 이어 다음 주에는 직원 2000여 명을 파견해 복구활동을 벌이기로 하는 등 민간 차원의 지원도 대폭 확대된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중국의 대표적 가전업체인 하이얼의 칭다오 생산공장을 방문해 첨단 분야 기술표준과 양국 부품업체 간 아웃소싱 등 활발한 산업협력을 당부하고, 한국기업인 영원무역 현지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두장옌=청와대 공동취재단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웃국가의 따뜻한 情영원히 기억할 것 ”
중국인들 쓰촨 방문 환영 표시
中동포 “한국 이미지 개선 큰힘”▼
“이명박 한국 대통령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당신의 방문은 중국 이재민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을 담은 것으로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 대통령이 중국 쓰촨(四川) 성 지진 재난 지역인 두장옌(都江堰) 시를 방문한 30일 중국의 유명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sina.com)에 한 중국인 누리꾼이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인구 60만 명의 두장옌 시는 이번 지진으로 3000여 명이 사망하고 주택 28만여 채가 무너져 폐허가 됐다.
중국인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재난 지역 방문 기사에 올린 댓글에서 “이웃국가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해 주는 위로 방문”이라며 “중국인들은 이 방문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누리꾼들은 또 “나는 오늘 한국으로 관광(일부는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부정적 반응도 없지는 않았다. 왕이(網易·163.com)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미국의 다리를 붙잡고 중국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이번 방문은 가식(假飾)”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이 대통령의 재난 지역 방문을 계기로 최근 확산되던 중국인들의 반한(反韓)감정이 크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인과 80만 재중 동포들도 “이번 방문은 중국에서 한국인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딩창(沈定昌) 베이징(北京)대 한국학연구센터 상무 부소장(교수)은 “이 대통령의 재난 지역 방문은 외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중한 우호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