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는 현재 상황이 이명박 대통령과 당에 엄청난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따라 국정쇄신의 큰 틀은 ‘당정청 공동책임’을 전제로 △인사쇄신 △국정시스템 정비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대세다.
우선 인사 문제와 관련해 강재섭 대표는 2일 이 대통령에게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포함한 중폭의 개각과 더불어 대통령수석비서관 1, 2명 정도는 바꿔야 한다고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고위 관계자는 1일 통화에서 “야당 요구대로 내각 전체를 다 바꿀 수는 없겠지만 대통령이 각료 개개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과감하게 손을 댈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진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두 명이 문제가 아니다. 전례를 보면 반드시 큰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교체되는 장관들도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해 강 대표가 건의할 인사쇄신안의 폭과 대상이 상당히 클 것임을 시사했다.
한 당직자는 “바둑으로 치면 이미 사석이 된 장관 3명만 바꿔 뭐하느냐”라며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강 대표가 사퇴하고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고위공직자,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일단 모두 사표를 내는 정도의 고강도 인사쇄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어설프게 하면 더 큰 공사를 한 번 더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성났을 때는 항복을 해야 한다. 져야 한다. 한판 붙으려고,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정시스템 정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과 당 대표 정례회동’ 외에 ‘국무총리와 원내대표’ ‘장관 및 대통령수석비서관과 정책위의장’ ‘차관, 대통령비서관, 총리실 정무실장과 당 정조위원장’ 간 정례 대화채널 신설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번 기회에 당 화합의 최대 걸림돌인 친박 복당 문제도 매듭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강 대표가 야당과의 원 구성 협상, 총선 낙선자 배려 등을 고려해 6월 중순 이후 복당을 생각해 왔지만, 이젠 마음속에 품고 있던 복안을 마스터플랜 형식으로 다 드러내고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