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노무현 전대통령 봉하마을 귀향 내일로 100일

  • 입력 2008년 6월 2일 07시 26분


모판 나르고 묘목심고 하천 정화

친환경에 관심많은 ‘평범한 시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한 지 3일로 100일을 맞는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온 그는 첫 번째 귀향 대통령. 매일 모판을 나르고 차나무 묘목을 심고, 인근 하천에서 쓰레기를 줍는다.

그리 소란하지 않지만 국민적 반향과 관심은 작지 않다. 그를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봉하마을은 어느새 관광명소가 됐다.

▽24시간이 모자라는 시민 노무현=그는 청와대에서처럼 오전 5시에 일어나 마을을 한 바퀴 산책한다. 오전 9시에는 비서진과 티타임을 갖고 하루 일과를 의논한다. 낮에는 외부 행사 참석이나 환경 정화, 홈페이지 작업을 하고 사저를 찾은 지인을 만난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방문객에 대한 인사. 마을과 생가를 둘러본 방문객은 사저 앞에 모여 ‘대통령님 나와 주세요’ ‘노무현, 사랑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친다.

그는 하루에 2∼3차례, 많은 때는 5차례 정도 사저 밖으로 나와 “감사합니다. 멀리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고 즉석에서 10여 분간 대화한다.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한 그는 이 자리에서 대부분 비정치적인 발언을 한다.

오후에는 비서진과 홈페이지 문제로 회의를 한다. 요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웹 2.0 사이트 개발에 한창이다. 그의 홈페이지(www.knowhow.or.kr)와 연계해 운영하는 토론 전문 웹사이트다.

▽환경 보호 등에 열중=100일간의 귀향생활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환경이다.

그는 봉하마을 주변과 낙동강 지류인 마을 인근 화포천 정화 활동에 애착이 깊다. 재직 당시에도 환경에 관심이 컸다.

3월 김해지역 부녀회원 200여 명과 화포천에서 고무장화를 신은 채 정화 활동을 폈고 매주 노사모 회원과 함께 마을과 봉화산 일대를 청소했다. 최근엔 낙동강 살리기 지역 환경단체인 ‘맑은 물 사랑 사람들’의 고문도 맡았다.

친환경 농법에도 관심이 많다. 마을 인근 논 2만7000여 평에 2∼3주 된 어린 청둥오리를 풀어 잡초와 그 씨앗을 뜯어먹고 해충을 잡아먹게 하는 오리농법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그는 홈페이지에 “새마을 운동을 다시 하자고 해볼까 싶다. 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에는 부정적 기억이 남아 있지만 우리 농촌의 환경을 되살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관광 효과=김민정 문화관광해설사는 “귀향한 2월 25일부터 5월 29일까지 4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3000명, 토요일은 5000명, 일요일은 1만 명 가까이 된다고 했다.

20대 연인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다양하며 하루 20대 이상 오는 관광버스의 번호판도 호남, 강원, 경기, 충청, 경북 등 전국 각지다.

봉하마을뿐 아니라 금관가야의 도읍지인 김해지역 관광지도 그의 귀향 특수를 누리고 있다.

김해시가 2월 25일부터 5월 21일까지 김수로왕릉 등 시내 관광지 4곳의 방문객을 집계한 결과 22만2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4470명)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와 생가를 방문한 뒤 김해시내를 둘러보는 ‘노무현 효과’ 때문”이라며 “셔틀버스 운행 등 관광객과 주요 관광지를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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