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는 너희끼리 떠들어…감히 국회의원 앞에서”

  • 입력 2008년 6월 2일 17시 21분


김충환 의원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충환 의원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 김충환 의원 폭언-수행원 시민폭행 논란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강동갑)측이 4일 치러지는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의 지원 유세 도중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면서 한나라당을 비난한 시민을 폭행하고 김 의원이 폭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1일 한나라당 선거 유세를 방해한 혐의로 김 모(31·의류업) 씨를 긴급 체포하는 한편 김 씨를 폭행한 혐의로 김 의원의 운전사 김 모(31)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2일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김 의원과 수행원들은 1일 오후 5시 20분경 고덕동 근린공원에서 강동구청장에 입후보한 한나라당 박명현 후보 지원유세 도중 시민 김 씨가 유세 차량을 향해 "쇠고기 문제 잘 해결하라" "소고기 수입하지 말라"고 하자 실랑이를 벌였다.

김 씨는 지원 유세를 나온 한나라당 관계자 6명이 '선거유세를 방해하고 있다'며 머리와 목을 조르고 주먹으로 입술을 때려 입술과 옷이 찢어지고 곳곳에 타박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 유세단은 경찰을 불러 김 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김 씨는 한나라당 유세단을 폭행 혐의로 맞고소했다.

김 씨는 유세차량을 "사과하라"며 가로 막고 항의하다 경찰에 선거법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한나라당 선거유세를 보고 순간적으로 쇠고기 문제가 떠올라 한마디 한 것일 뿐"이라며 "그런 이유로 시민이 폭언과 폭행을 당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또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김 의원이 출동한 경찰에 '우리가 아직 야당인지 아느냐? 빨리 끌고 가라'고 윽박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이 자신과 가족에게 "쇠고기 문제 같은 것은 너희들 끼리나 떠들어대, 어디 감히 국회의원 앞에서 난리야"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건을 지켜본 김모(37·여)씨도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한나라당 유세단의 거친 행동을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너희들', '감히 어디서 그딴 소리를 하느냐'고 말하는 등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38) 씨도 "김 의원이 출동한 경찰에게 '우리가 아직 야당인줄 아느냐'고 말하면서, 김 씨를 끌고 가라고 했다"며 "여당이면 공권력까지 맘대로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가 쇠고기 문제를 꺼내며 유세를 방해하는 바람에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해 제지한 것"이라며 "유세단이 김 씨와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 하기는 했으나 부적절한 언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러나 "야당일 때 공권력에 당한 경험이 많아 '아직도 우리가 야당인 줄 아느냐'고 말한 것은 사실"이라며 "여당에서 선거유세를 하는데 경찰이 제대로 처리하라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김 의원의 홈페이지에 "국민을 존경하는 국회의원이 맞냐" "어떻게 지역구민을 폭행할 수 있냐"는 등의 항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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