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비롯된 대규모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이틀 앞으로 다가온 6·4 재보궐선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초단체장 9명과 광역의원 29명, 기초의원 14명 등 총 52명을 뽑는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6월 3일)과 맞물린 데다 정국 불안이 가중되면서 한나라당이 크게 앞서온 판세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압승을 자신했던 한나라당은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고 통합민주당은 막판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6곳에 후보를 낸 기초단체장 선거 중 남해군수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을 뿐 서울 강동구청장과 인천 서구청장, 경기 포천시장 등 5곳에서는 아직도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 강동 등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광역의원 선거도 쇠고기 고시 발표 전인 지난달 24일까지 우세 5곳, 초경합 3곳, 백중 열세 3곳, 열세 13곳이었다가 최근에는 우세와 초경합 지역에서 지지세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선거가 평일에 실시돼 직장인들이 투표하기가 쉽지 않고 쇠고기 파문으로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아무리 정국 상황이 나빠도 대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단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도 없다며 결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실제로 선거도 시도당 단위로 치르고 있고 중앙당은 손을 떼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야당이 성난 민심을 바탕으로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괜히 중앙당에서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대패할 경우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이 신경 쓰인다는 눈치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첫 심판의 장으로 규정하고 쇠고기 파동으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 18대 국회 초반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앞서고 있지만 지지율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며 “서울 강동구청장과 인천 서구청장을 주목하고 있는데 강동구청장이 좀 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동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장중웅 후보가 여권 표를 잠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측이 1일 지원 유세 과정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을 폭행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승산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학규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도 막판 뒤집기를 위해 연일 수도권을 누비는 등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예전보다는 큰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의 지지율 하락이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다 투표율이 매우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