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복지-교과부-靑일부수석 사퇴 거론
내각-靑수석 일괄사표후 선별수리 가능성도
인적쇄신 ‘폭 - 내용 - 시기’ 예상 시나리오
이명박 대통령이 2일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의 정례회동에서 ‘쇠고기 정국’의 민심 수습을 위해 각계 원로들과의 여론수렴을 거쳐 인적쇄신을 핵심으로 하는 국정쇄신안을 발표할 의중을 분명히 함에 따라 향후 인적 쇄신의 폭과 내용, 시기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수습이 어려울 만큼 민심이 이반돼 있다는 점에는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인식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가능한 한 조기에 대폭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한나라당과 정부, 대폭 교체에 따른 임기 초 통치권의 누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청와대의 ‘속도 및 수위 조절론’ 사이에서 이 대통령은 고심하고 있다.
▽문제 장관, 일부 수석 사퇴=실제 인적 교체범위는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인적 개편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온 만큼 교체 범위는 쇠고기 협상과 이후 대응에 책임이 있는 관계 장관에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쇠고기 파문 대처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한나라당에서는 이에 덧붙여 국가예산 모교 기부 논란을 야기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교체 대상으로 거명하고 있다.
일부 대통령수석비서관도 교체가 거론되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강 대표의 회동에서 청와대 내부 쇄신 문제에 대해선 별도로 건의되지 않았으나 개각 등 민심수습 방안에 포괄적으로 들어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를 관할하는 김중수 경제수석비서관의 교체와 정무기능 미흡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을 ‘전공 분야’인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폭 개편+특보신설 등 조직 개편 병행=지금까지 드러난 기류로는 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급에서 최소 4, 5명 이상을 경질하고 정무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부분적인 조직 및 기능 보강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날 “강 대표가 정치상황을 예측 분석하고 여-야-정 간에 소통 조율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면서 청와대 인적 개편과 함께 조직개편도 병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여권 일각에선 일부 경제부처 장관을 포함해 5, 6명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과 함께 정무특보 신설 등 청와대의 기능 보강 방안이 거론된다.
개편 범위가 중폭으로 확대될 경우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정-청의 소통에 핵심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실장의 현실정치 경험과 정무감각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당 쪽에서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괄 사표 선별 수리=한승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과 류 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뒤 이를 선별 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한 총리는 쇠고기 협상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내각을 통할하면서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정치적 비판을 대신 안고 가야 하는 게 총리의 숙명”이라며“일괄 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프리핸드’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임 100일밖에 안 된 총리의 사의 표명 자체가 정부의 공신력에 상처를 줄 뿐 아니라 후임 인선 및 청문회를 둘러싼 국정의 장기공백이 예상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부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2주 전쯤부터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에 표명하는 방안도 제기됐으나 내부적으로 의견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수석비서관은 ‘집단적 살신성인을 통한 새 출발’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일괄사의에 찬성했으나 적잖은 수석비서관들은 “임명권자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내각 청와대 총사퇴=내각과 청와대가 총사퇴하는 충격요법으로 이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운영을 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 일각에 없지 않다.
일부 개각을 한 뒤 여론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쇄신에 내몰리게 되고 화살은 권력 핵심으로 직접 향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단의 대책에는 후유증과 현실적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대통령의 통치권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할 만한 내용은 쇄신책에 포함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책추진력 차질 우려… 일단 지켜보자”▼
■ 인적쇄신 대상 거론 부처 표정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부처와 청와대는 “일단 지켜보자”면서도 깊은 침묵으로 빠져들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교체 0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정운천 장관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한 장관 고시를 끝내면 할 일은 다 한 것이며 본인도 마음을 비운 듯하다”며 “정 장관이 유임되더라도 ‘영(令)’이 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측은 김성이 장관이 인선 과정에서의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최근 부적절한 쇠고기 관련 발언으로 경질 대상으로 거론되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이 바뀔 경우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정책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경질되더라도 후임 장관이 빨리 들어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간부들의 공금 모교 지원 파문을 겪은 교육과학기술부는 개각 대상에 김도연 장관이 오르내리자 부처의 도덕성과 정책 추진력에 큰 상처를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모든 화살이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으로 쏠리는 것을 불편해하고 있다. 개편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석비서관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은 10년 만의 정권교체로 인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정부 부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 따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어떻게
“여야정 소통-조율” 前現의원들 하마평
능력 검증된 非교수-관료출신도 검토▼
우선적으로 실적이 검증된 ‘여의도 정치인’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 뒤 “여-야-정 간의 소통과 조율을 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것은 곧 여의도 정치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정부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18대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한나라당 내 ‘친이’ 그룹이 새 청와대 참모들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설되는 정무특보, 홍보기획보좌관(수석비서관급)으로 각각 맹형규, 박형준 전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박재완 정무수석비서관이 공석인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옮기고 이들 중 한 명이 후임을 맡는 방안도 나온다.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일부 장관 후임으로는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과 이전 정부에서 실적이 검증된 ‘비(非)교수 출신 장차관’들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이 유력하게 고려되고 있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임으로는 농림해양수산위 간사를 지낸 홍문표 전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역시 교체설이 끊이지 않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임으로는 조각 과정에서부터 하마평에 올랐던 한나라당 전재희 최고위원이 거명된다.
김영삼 정부는 물론이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한 장차관들 중 성향이 합리적이고 능력이 검증된 인사들도 고려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이르면 5일 내일 재보선 민심탐색… 연휴앞두고 발표
늦으면 9일 주말집회 지켜본 뒤에 ‘국민과의 대화’ 에서▼
현재로서는 이르면 5일, 늦으면 9일 인적 쇄신 카드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5일은 쇠고기 논란 후 첫 선거인 6·4 재·보궐선거 직후인 만큼 정국 흐름을 반전시킬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6일부터 시작되는 사흘 연휴 직전이라 주말 동안 인적 쇄신 카드가 폭넓게 회자(膾炙)될 수 있다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매력적’이다.
당초 5일 18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이 대통령이 쇄신안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여야 간 협상 창구가 닫혀 연설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면 기자회견 등 다른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2일 강 대표와의 회동에서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만큼 폭넓게 주변의 충고를 접한 뒤 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쇄신안을 설명할 수도 있다. 주말인 7일 예고된 대규모 촛불집회를 지켜본 뒤 쇄신안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국회 개원 연설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민과의 대화 이상으로 자연스럽게 쇄신안을 설명할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론이지만 쇠고기 논란이 진정된 뒤 쇄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여론과 야당에 밀려서는 제대로 된 쇄신책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일처리와는 달리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이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도 이런 관측을 낳는 한 배경. 그러나 청와대 차원의 ‘무조치’가 쇠고기 민심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