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불밝혀 성난 민심 달래야”

■ 김형오 한나라당 국회의장 후보 인터뷰

“신뢰받는 국회 못만들면 정치 영영 실종

정국 수습위해 원구성 조속히 이뤄져야”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2일 “국회를 정치의 중심에 세워 정치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 후보 당내 경선을 통과한 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국회의장에 정식 선출된다면 외부 전문가들로 국회제도개혁 자문기구를 설치해 제도개혁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의원은 “특히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국정조사, 국정감사와 관련한 3대 제도를 상당 부분 고칠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와 국정감사의 실시 요건, 자료 제출 요구, 발언하는 형식과 내용 등 고칠 게 너무 많다”고 말했다.

―차기 국회의장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유달리 정치인과 국회의원의 위상이 급속히 추락하는 등 정치의 위기가 왔다. 18대 국회에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회를 만들지 못하면 정치가 영영 실종된다. 그러면 극도의 정치 위기와 불안이 오기 때문에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히려 탈(脫)여의도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탈여의도식 정치는 국민의 눈에 비친 국회의 부정적 모습, 즉 멱살잡이하고 날치기하고 단상 점거하고 야유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한 저의 국회 정치 복원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국회의 제도개혁을 평소 주장해 왔는데….

“아주 절실한 문제이다.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국정조사, 국정감사 제도를 많이 고쳐야 한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질의 답변의 형식과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9월에 모든 상임위원회가 20일간 400여 개 기관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하다 보니 행정 마비가 심각하다. 언론을 의식한 폭로성 발언도 많고 피감기관에 위압적인 자세도 문제다. 행정부는 국감기간 20일만 넘기면 후속조치는 신경도 안 쓴다. 국정조사의 경우 실시 자체가 이렇게 어려운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필요할 때 수시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제가 화두를 던지겠다.”

―최근 쇠고기 문제로 민심이 들썩이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한 마디 해 달라.

“민심이 왜 등을 돌렸는지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임시방편으로는 안 된다. 결국은 국민 신뢰의 문제다. 국회 차원에서는 여야가 원내에서 밤새워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모든 의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도 좋고 긴급 현안질문도 좋다. 민심의 성난 촛불을 끄게 하려면 국회가 불을 밝히는 방법밖에 없다.”

―18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국이 어려울수록 여야 정치권은 차분하게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의원들이 국회를 포기하면 정국 위기가 가속화할 뿐이다.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하루빨리 일할 수 있도록 원 구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나의 신조는 ‘국민의 국회’다. 국민의 시각에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국회를 만드는 게 소망이다. 여야를 넘나들면서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하겠다. 민주적인 국회, 생산적인 국회, 대화하고 타협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몸을 바치겠다.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모난 행동을 하지 않겠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김형오 국회의장 후보는

△부산(61) △경남고, 서울대 외교학과 △동아일보사 신동아 기자 △대통령 정무비서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명박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일류국가비전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