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뼈저리게 반성”…고위당정협의회 시종 침울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3일 오전 고위 당정협의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는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열린 세 번째 당정협의회지만 최근의 민심 이반 사태를 반영하듯 분위기는 침울했다.

회의 시작 전부터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 40여 명의 참석자는 삼삼오오 모여 굳은 표정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한 총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축제가 돼야 할 오늘,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며 “국민과 소통하면서 일을 추진하는 데 정부로서 부족함이 많았다.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뼈저리게 반성한다. 국민 뜻을 읽고 받드는 데 소홀히 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를 자초할 수 있다”며 “무조건 촛불을 끄라고 할 게 아니라 왜 촛불을 들고 나왔는지 깊이 헤아려 민생의 환한 불을 밝힘으로써 자연스럽게 촛불을 꺼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실장은 “긴 말을 덧붙일 게 없다.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과 국민께 송구스러울 뿐이다”며 거듭 머리를 숙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잘못한 사람이 있는데 이를 끌고 가려 해선 안 된다. 아깝고 미안하지만 책임지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비공개 회의 때는 전체 2시간 중 1시간 이상을 미국산 쇠고기 대책에 대한 의견을 나눴고 나머지는 유가 등 현안 대책을 세우는 데 할애됐다.

비공개 회의 중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의 업무보고 뒤 자유토론 시간에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자성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2일 의원총회에서 쇠고기 재협상 의견이 많았다는 당내 분위기를 전달하며 재협상 카드를 꺼냈다. 정부에서는 처음에 ‘재협상’이라는 용어 사용을 꺼렸으나 강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재협상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쓰겠다’는 정도로 정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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