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론 - 美 협조 ‘동시 설득’ 난제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2분


■ 쇠고기 정국 국면전환 가능할까

정부가 3일 ‘쇠고기 정국’의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과의 ‘사실상 재협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정치권 안팎의 견해가 엇갈린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여론과 야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사실상 재협상에 나서고 국회 차원의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추진키로 한 만큼 쇠고기 민심이 어느 정도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정부의 조치를 ‘재·보선용 꼼수’로 폄훼하며 장외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히고 있어 결국 여론 향배가 정국 수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 측과 접점 찾고 여론도 호전되면=청와대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위험성이 있다고 인식돼 온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이 안 되도록 하겠다는 방안이 제시된 만큼 불안감을 느껴 온 국민을 설득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우리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다소 ‘까칠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미 측과 비공식 타진도 있었던 터다”며 실제 교섭 전망에 대해 어느 정도 낙관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버시바우 대사의 그 같은 태도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이 생각처럼 녹록지 않은 과제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림으로써 이후 정부의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자위하고 있다.

여권은 특히 정부의 추가 교섭 추진이 순수하게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으로 촛불을 켠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도 안전하다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니 정부와 여당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다하면서 국민에게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쇠고기 정국이 정상화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민생대책과 관련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민생경제 살리기 행보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는 진전 있지만, 야당 여론과 괴리 계속되면=하지만 미 측과의 추가 협상에 진전이 있는데도 야당과 시민사회가 계속 ‘전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특히 쇠고기 정국을 6·10항쟁 기념일과 6·15 남북 정상회담 8주년까지 이어가려는 단체나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정국 운영 대책은 이들과 순수한 촛불 민심을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 재협상 촉구결의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재협상 수준의 협의를 추진키로 한 마당에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미국과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민 일반의 분노가 시간을 거치며 가라앉으면 야당의 장외투쟁은 명분을 잃게 되고 ‘원내 투쟁’을 명분으로 원 구성 협상과 18대 국회의 개원을 위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은 이를 위해 국회 차원의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수용하는 등 야당에 등원 명분을 준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실제 민주당 일각에서도 국회 등원론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야당이 장외에 계속 머물 경우 민생고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야당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고유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회가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이 국회에 안 들어온다면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권은 야당이 일단 국회에 들어오면 원 구성 문제에서는 일부 양보안을 제시하는 등 다소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쇠고기를 포함해 국익에 관한 정책 대결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미 측과도 잘 안 되고 여론도 호전되지 않는다면=하지만 미국이 재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아 정부의 재협상 카드가 무용지물이 된다면 정국은 혼미를 거듭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이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자동차 분야의 불공정성을 내세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하자고 나설 것이고 이 경우 FTA의 의회 통과도 난망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정부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재협상 요구로 국가신인도의 추락만 초래한 채 한미동맹에 손상을 입고 국내에서는 반미 여론이 고조되는 ‘진퇴양난’에 처할 수도 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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