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타이밍 계속 놓쳐” “지금 상황 즐기면 된다”

  • 입력 2008년 6월 6일 02시 53분


■ 재보선 이후 정국

與 “靑과 손발 안맞고 말발 안먹혀”

野 “이참에 장외로 가자” 등원거부

집권 한나라당이 쇠고기 수입 파동과 국정 난맥이 부른 거센 민심의 파도 앞에서 무기력하게 가라앉고 있다. 6·4 재·보궐 선거까지 참패하자 여당으로서 한 일도, 되는 일도 없다는 자조만 가득하다. 야당은 딴판이다. 이참에 장외투쟁에도 힘을 실어 정부 여당을 더 거세게 몰아칠 태세다. 쇠고기 재협상 요구와 연계시킨 국회 개원 및 원 구성 협상 거부 카드는 재·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갈수록 ‘약발’이 오르고 있다.

○ 어수선한 여당

재·보선 다음 날인 5일 한나라당은 어수선했고 파열음도 컸다.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으로 “예측했던 선거 결과지만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겸허히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서 앞으로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원 최고위원도 “이제 우리가 안방, 윗방이 없고 아랫목, 윗목이 없을 정도로 참패한 의미를 되씹어 봐야 한다”며 청와대에 조속한 국정 및 인적 쇄신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손발이 맞지 않고 여당의 말발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다 촛불 정국을 돌파할 뚜렷한 해법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초선 의원은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인데 계속 적기를 놓치고 있다”며 “제2의 6·29선언에 버금가는 쇄신책이 나와도 될까 말까 한데 청와대는 대규모 인적쇄신 필요성에 눈도 깜짝 안 하는 것 같아 정말 문제”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의원도 ‘인적쇄신 폭이 좁아진다는 말이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민심을 수용한다고 했으면 해야죠”라며 청와대를 정면 겨냥했다 .

정국 해빙을 위해 ‘BBK 사건’에 관련된 통합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홍준표 원내대표의 발언은 큰 분란을 불렀다. 의원총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직계 의원들에게서 “이렇게 원칙 없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 영상 취재 :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 영상 취재 :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

○ 힘받는 민주당

민주당은 6·4 재·보궐 선거 승리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확인했다고 판단하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을 더 강도 높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72시간 릴레이 집회’에 공식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정국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었고, 촛불 시민과 함께 한다면 민심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회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민주당은 쇠고기 재협상 문제는 ‘급할 게 없다’는 자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기반까지 재협상 요구에 나섰다는 것을 놓고 ‘민심=재협상’이라는 등식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민주당이 특별히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을 즐기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부작위(不作爲)의 정치를 즐기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론 미국 쇠고기 수출업자를 상대로 한 줄다리기에서 ‘시간은 한국의 민심 편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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