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이유있을 것
국민 눈높이 못 헤아려
두번 실수하지 말아야”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오후 청와대에서 중앙정부 부처 고위 공직자 170여 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대화를 하며 최근 국정운영 위기상황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쇠고기 논란으로 인한 민심 이반 현상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공직자들이 위축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대해 “(집회가 벌어지는 것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이 정부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국민의 입장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 (내가 만든) 잔디밭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보자.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를 헤아리는 데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발전된 사회와 그 (체제의) 사람들은 (같은 일을 겪고)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지혜로운 자는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드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국정 환경이 어려울수록 공직자들의 프로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촬영한 ‘욕쟁이 할머니 광고’를 거론하며 “똑같은 것을 열 번쯤 찍어 할머니가 짜증이 날 법도 한데 할 때마다 ‘이걸 잘 찍어야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며 처음 찍는 것처럼 프로정신을 발휘했다”며 “이것이 국민을 대하는 우리 공직자들의 자세여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그 할머니가 최근 (쇠고기 논란을 보며) 인터넷에 글을 올렸는데 ‘얼마 해볼 시간도 없었는데 못한다고 하느냐. 참고 기다려보자’고 했다더라. 그 말이 굉장히 고맙더라”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여러분은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 아닌 변화와 개혁의 주체이자 중심이다. 여러분이 그 중심에서 확고히 서서 어려울 때일수록 신념을 갖고 일해 달라”며 “기죽지 말고 힘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사회 구조조정 중인데 공직자들이 불안스러워하는 게 사실’이라는 한 공무원의 의견에 대해 “이런 불안감이 하루빨리 없어지도록, 공직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장관이 유념해 달라. 어려울 때 일자리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화에서 부처 10여 곳의 공직자들은 이 대통령에게 각종 건의사항을 밝혔다. 특히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전문 금융인력 양성과 사회안전망 차원의 저소득층 생활안정대책, 그리고 청와대 내 일선 공직자 여론수렴 창구 마련 등의 다양한 건의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저소득층 대책과 관련한 건의를 받고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정책이 조금도 물러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사정이 힘드니 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한 뒤 최근 쇠고기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이날 대화는 오후 6시부터 7시 반까지 반원형으로 마련된 세트장에서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들이 둘러앉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으며 만찬 후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