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부시 “한미관계 타격 막자” 공감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2분


■ 李대통령-부시 ‘30개월 이상 수출입 금지’ 합의

‘사실상 쇠고기 재협상’ 공조 나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 전화를 통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출입 금지에 사실상 합의한 것은 한 달 넘게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현 상황을 타개하지 못할 경우 양국에 미칠 영향이 심대하다는 공통의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 대통령은 통화에서 한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전달하면서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한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한국에 30개월 이상의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도록 구체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서로 가족의 안부를 묻는 등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때처럼 우호적 분위기였으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성의를 보였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8일 전했다.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를 요청한 것은 국제협상의 룰을 깨는 재협상을 통하지 않으면서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반입 차단’을 실효적으로 관철시킴으로써 사실상 재협상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국제거래에서 신용불량자가 된다”면서 “한미관계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재협상이 아니라 국민이 염려하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요구를 흔쾌히 수용한 것은 미국 역시 한국의 상황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전례는 별로 없지만 한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실질적 조치에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정부 측은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한국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밖에 없고, 자동차 조선 가전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재협상 요구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론이 비등하면서 한미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또한 13일 효순 미선 양 추모 6주기를 앞두고 촛불시위가 자칫 반미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양국 정상의 통화 내용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한 정치적 쇼”라고 평가절하하고 즉각 재협상에 착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 내용의 일부분일 뿐”이라면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추가 수입금지와 월령표시, 도축장 승인권 및 조사권 확보 등의 내용으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재협상을 하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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