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새옷’ 6개월…내달 全大가 시금석
그는 지방 곳곳을 다니며 대의원들을 만나고, 지난 재·보궐선거 기간에는 지원 유세에 적극적이었고, 크고 작은 당 행사에도 빠짐없이 얼굴을 내민다.
하지만 최근 정 최고위원을 어느 행사장에서 봤다는 한 재선 의원은 “좀 외로워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이지만 딱히 측근이라고 할 만한 의원이 한 명도 없고, 그를 대하는 당원들의 반응도 살갑지 않아 보이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정 최고위원은 당에 뿌리가 없다. 그가 한나라당 옷을 입은 것은 불과 6개월 전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그가 당 대표가 되면 가뜩이나 ‘1% 부자 당’이라는 말을 듣는 한나라당이 ‘0.1% 부자 당’ ‘현대 당’이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대의원은 “그가 언제 6선 의원이나 됐느냐”며 놀란다고 한다. 그의 국회의원 생활 대부분은 무소속이었고, 정치인보다는 축구협회장으로, 또 대기업 오너로 더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당 대표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는다. 선거 결과에 3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는 1등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최고위원은 일천한 정당 경험이 도마에 오르는 데 대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살면서 우리끼리 앉아서 당내 경력을 따져 뭐 하겠느냐”며 일종의 ‘텃세’를 비판한 적 있다. 한 측근은 “국제축구연맹(FIFA) 올림픽조직위원장 등으로 다양한 국제기구를 이끌면서 각국의 까다로운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것만으로도 경륜은 충분하지 않으냐”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당 대표직에 대한 의욕도 점점 강해지는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최고위원만 되면 다행”이라고 했던 그가 이제는 “축구든 정치든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란 말을 하곤 한다. 국회의 역할, 여야 관계, 당-정-청 관계, 인사 문제 등에 대해 ‘당 대표 출마 공약’을 연상케 하는 소신을 펴기도 한다.
그와 얘기하다 보면 주제를 벗어나기 일쑤다. 당정관계에 대해 물었는데 브라질 축구팀 얘기로 빠지고, 당내 현안을 언급하다 느닷없이 어린 시절 읽었던 무협소설을 화제에 올리는 식이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종잡을 수가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견문이 넓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가 들려주는 경제와 축구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다. 대기업 오너로,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쌓은 내공 때문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무소속 의원으로서, 대기업 오너로서 거리낄 것 없이 말하던 그가 지금 칼날 같은 시험대에 서 있다는 점이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서는 대권 고지에 성큼 다가설 수도 있다.
4·9총선 직전 서울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오자 그는 일단 거부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20년 동안 안방이나 다름없는 울산에서 땅 짚고 헤엄쳐 온 것 아니냐. 서울 가서 성공하면 대권 가도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자 수락했다고 한다.
그가 전당대회라는 중대 관문을 거쳐 명실상부한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자리를 굳힐지, 아니면 경제와 축구에만 강하고 정치에는 약한 ‘한나라당의 이방인’이 될지 앞으로 1개월에 달려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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