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만난 통합민주당 추미애(50·사진) 의원은 여전히 당찼다. 4년간의 아픈 공백기를 거쳤으니 적당히 타협도 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이대로는 희망 없는 불임정당이 될 것”이라며 당의 아픈 곳만 골라 콕콕 찌른다.》
“민주당 계파정치 더이상은 안돼”
비타협적 이미지 장점이자 단점
대중성 비해 낮은 당심이 걸림돌
탄핵 역풍이 정치권을 휘몰아치던 2004년 총선, 그는 옛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삼보일배를 하며 당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본인도 낙선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민심을 의식하는 듯했다.
“대선과 총선의 패인을 국민의 보수화 경향으로 풀이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정치권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원하고 있는데 민주화 세력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18대 총선의 서울지역 화두 중 하나였던 ‘뉴타운’에 대해서도 욕망의 정치로 폄훼하기보다 국민의 현실적 요구가 분출된 사례였고 정치권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가 중요했다고 평가한다.
추 의원은 이를 위해 정책과 해법에 주목한다. 상임위도 예산과 세제, 경제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기획재정위원회(가칭)를 지원했다.
어찌 보면 실용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현 정부의 그것과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는 “시장만 강조하면 패배자는 눈에 안 뜨인다. 건강권이나 교육 등은 사회가 부담해야 하고 국민의 창발성을 보장한다는 전제에서 경쟁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때 “차세대 주자”라고 했던 추 의원의 단기 목표는 당권이다.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나설 생각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에게 ‘추미애 당대표론’을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포용력과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2004년 선대위원장 당시 박상천 현 민주당 공동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킨 뒤 생긴 불화도 아직 채 가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당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반 유권자에게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만 당원들로부터는 인색한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일반 유권자 사이에서의 인기도 거품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도 이 같은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당 내 계파 정치는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다. 그런데도 또다시 계파에 갇히자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로 표현되는 직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이미지도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그는 2001년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 같은 가당찮은 놈이 ○○에 글을 써서”라고 말하는 등 정제되지 않은 격한 발언을 해 설화를 겪기도 했다.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그는 최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폭탄주를 10잔 이상 마시며 “지난 4년 동안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지난 2년간 미국에 가 있으면서 밥 짓고 빨래하고 아이들 학교에 태워다 주며 사람 사는 세상을 새삼 느꼈다고도 했다.
1995년 광주고등법원 판사였던 추 의원은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발탁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그가 남편(서성환 변호사)에게 “돈도 기반도 없는 내가 정치를 할 수 있을까”라고 묻자 남편이 “돈 들고 하는 정치는 아무나 한다”며 등을 떠밀었다고 한다.
‘대구 출신에 호남 집안의 며느리, 판사 출신의 재원, 3선 의원’인 그는 지금 민주당 내 계파 구도와 무관하게 무형의 세력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