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 열려도 당분간 정책 결정 힘들어
8명 이상 중폭개각땐 閣議 정족수 못채워
국회개원 늦어지면 장관 청문회도 못열어
대통령수석비서관들에 이어 내각도 10일 전원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 운영의 재설계를 위해 백지 앞에 선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거대한 민심 이반의 출발점이 결국 내각의 20%가 낙마한 조각 파동 등 인사(人事)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부터 주로 관저와 집무실에 머물며 인선 구상에 골몰하고 있다. 인선 작업도 이전의 류우익 대통령실장-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라인이 아니라 별도의 태스크포스(TF)에 맡기고 그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수석실별로 인력을 차출해 팀을 꾸렸으며 민정수석비서관실, 인사비서관실에서 실무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 들어 위상이 올라선 국가정보원의 각종 ‘존안 자료’도 비중 있게 참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을 전후해 청와대와 내각의 인선을 발표하거나 미국산 쇠고기의 추가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는 다음 주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인선 대상과 폭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정부라는 비판이 ‘뿔난 민심’의 근저에 작용하고 있는 만큼 1기 내각-청와대에 비해 능력과 함께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청와대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 영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정무 민정 경제수석비서관의 교체 가능성이 점차 굳어지고 있다. 여기에 쇠고기 논란과 연계된 한미 정상회담 실무 책임을 물어 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정무수석비서관 후임으로는 맹형규 전 한나라당 의원이 유력한 상황에서 권오을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중수 경제수석비서관 후임으로는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 실적이 검증된 관료들이 주로 거론된다.
핵심인 류 실장의 교체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교체 여부와 맞물려 둘 중 한 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떠나 ‘박근혜 총리론’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내각에서는 4, 5명이 교체 대상으로 꼽힌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경질은 기정사실화 단계이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교체설이 나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경제 참모인 강 장관이 바뀔 경우 지식경제부 등 다른 경제 부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인선을 마무리하는 대로 ‘탈(脫)여의도’ ‘실용 지상주의’로 상징되는 지난 100여 일과는 다른 국정 운영 시스템을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역대 내각의 일괄사표
문민정부 이래 8번째
과거 정부에서도 정권이 위기에 몰릴 때나 개각이 필요할 때 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한승수 총리 내각 일괄 사표는 1993년 문민정부 이래 8번째다. 정권별로는 김영삼 정부에서 5번, 김대중 정부 1번, 노무현 정부 1번 있었다.
2003년 10월 10일 노 전 대통령은 측근의 SK 비자금 수수의혹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자 ‘재신임’을 선언했고 다음 날인 11일 고건 총리와 전 국무위원,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들이 일괄사표로 대통령의 뜻과 함께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사표를 반려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