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앞세운 민주서도 일부 찬성론
한나라 “길거리 정치 민생외면” 압박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야 정치권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10일 국회 등원을 결정하면서 국회를 외면해온 야 3당 공조에 균열이 생겼고,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도 조만간 등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접촉할 가능성이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18대 국회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고유가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서민대책을 국회가 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진 데다 내각의 일괄 사의 표명으로 정국이 급반전함에 따라 ‘휴면 국회’에 대한 비판론의 공감대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등원 거부에 반대한다’가 71%로 나온 한 신문사의 10일자 여론조사 결과도 정치권으로선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민생 대책을 무기로 야당의 등원을 압박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은 조속히 국회로 들어와 고물가, 고유가로 허덕이고 있는 서민들에게 조속히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정리해야 한다”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민생고로 피폐해져 가는 서민의 삶마저 무시하고 있는 야당의 길거리 정치는 6·10 정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당의 등원 결정은 보수 지지층의 등원 요구가 점점 커지는 데다 여야 대치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일단 ‘등원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논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한나라당 측과 만나지 않겠다”며 “선진당이 등원을 하더라도 민주당이 등원하지 않는 한 국회 원 구성 논의가 이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원내 투쟁’을 권유한 데 이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대철 상임고문도 즉각 등원을 강조하는 등 등원론이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 정세균 의원도 여야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6·10 촛불집회와 13일 효순 미선양 추모식, 6·15 남북정상회담 8주년 행사 등을 고비로 장외 촛불시위가 정점을 찍는 시기와 맞물려 여야가 정국 수습을 명분으로 등원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與 “민심수습 계기로”… 野 “대대적 쇄신 필요”▼
■ 내각 일괄 사의 반응
한나라당은 10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민심이 수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내각 총사의는) 어려운 결정”이라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며 국민과 소통하고 신뢰받는 정부로 거듭나길 바란다. 한나라당도 정부와 함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인사 쇄신이 돼야 한다”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가 인사 실패, 국정 혼란을 늦게나마 인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그러나 인사 쇄신만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 대변인은 “청와대는 재협상과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새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내각 총사퇴를 국면전환용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적 불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내각 총사퇴는 국민의 요구였던 만큼 대폭적인 물갈이를 기대한다”며 “인사청문회를 이유로 선별 수리하거나 교체 폭을 축소하는 일은 없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내각 총사퇴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제1기 내각은 촛불집회에 대한 온갖 트집과 흠집 내기 말고는 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내각 사퇴 원인 중 핵심은 쇠고기 정국에서의 무능력하고 오만한 대처”라면서 “정부는 가장 우선적으로 쇠고기 재협상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함께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국정 쇄신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