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정국 무대, 거리에서 국회로”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 헛도는 국회, 정상화 물꼬 트나

12일 한나라당 홍준표,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막혀 있던 국회 정상화 논의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이날 회동과 13일로 예정된 여야 4당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계기로 ‘쇠고기 정국’의 무대가 거리가 아닌 국회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나라당=고유가 및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해서라도 야당이 마냥 국회 개원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더구나 자유선진당이 등원 결정을 한 마당에 정부 여당이 유류세와 대학 등록금 등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대책을 잇달아 내놓으면 민주당이 장외에서 버티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하기로 한 데 이어 민생 대책을 위한 여-야-정 정책협의회를 제안한 만큼 등원 명분으로 줄 수 있는 선물로는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야당이 요구해 온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 채택 약속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봉쇄 △장관 고시 연기 △BBK 관련 고소 고발 취하에 이어 인적 쇄신을 비롯한 국정 쇄신안도 제시했다. 홍 원내대표가 “야당이 요구하는 것의 95% 이상을 들어줬다”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당시 ‘BBK 의혹’을 폭로했던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최근 검찰과 법원에 밝힌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 등을 상대로 제기했던 고소 고발을 5일 일괄 취소하자 검찰은 한나라당을 통해 피해 당사자인 이 대통령의 개인 의사를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관련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에도 대리인을 통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그러나 민주당은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포괄적인 국회 개원을 위한 논의’로 포장하는 데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이날 회동의 초점을 ‘재협상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명확히 해 최대한 재협상에 준하는 성과를 얻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여-야-정 정책협의회 구성을 거부한 것도 논점을 쇠고기 문제가 아닌 포괄적인 개원 문제로 확대하려는 한나라당 전략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계산 때문이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민생종합대책을 수립하자는 한나라당 제안은 쇠고기 정국에 물 타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처리를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쇠고기 정국에서 그동안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촛불 옆에서 온기만 쬔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야당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

겉으로 민주당의 방침은 이처럼 강경하지만 오히려 이런 태도가 꼬인 정국을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도 쇠고기 정국에서 ‘야당의 역할’을 보여줘야만 하는 처지라 원내대표 회동 등 애써 마련한 ‘테이블’을 스스로 깨기는 어렵다는 것.

민주당이 11일 지난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9건의 고소 고발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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