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사령탑에게 듣는다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26분


홍준표“가능성 열고 대화” 원혜영“재협상, 탄력성 있게 논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첫 회담을 연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쇠고기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국회 정상화와 사태 수습의 단초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하지만 쇠고기 문제와 관련한 두 당의 견해차는 여전하다.》

“쇠고기, 모든 가능성 열고 대화”


■ 홍준표 한나라 원내대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1일 “이미 통합민주당이 원하는 것의 95% 이상이 해결됐다”며 “쇠고기 문제도 국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면 정국도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만나는데….

“국회의장 선출과 원 구성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다. 쇠고기 문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야당과 논의하겠다. ‘재협상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문안을 조정해야 하지 않겠나.”

―민주당이 국회로 돌아오려면 명분이 필요한 것 아닌가.

“쇠고기 고시 관보 게재를 중지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또 언론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대선 관련 고소까지 모두 취하했다. 명분은 충분하다.”

―민주당은 가축전염예방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간 협상 내용을 국내법으로 제한하면 대한민국은 국제적 고아가 된다. 어느 나라가 우리와 협상하겠나. 10년간 집권했던 민주당이 더 잘 알 것이다. 협상에서 빚어진 문제는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 한나라당 쇠고기 방미단이 돌아오면 성과를 본 뒤 야당과도 후속 조치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이 진행 중인데….

“집권 초 강력한 변화를 추진하면서 힘이 청와대에 과도하게 실려 문제가 생겼다. 청와대는 전면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내각은 다르다. 문제가 있는 일부 장관의 교체는 당연하지만 내각 전체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특히 총리는 헌법에 명시된 것과 달리 ‘자원외교’로만 역할이 제한돼 있지 않았느냐.”

―여당 의원들도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언로는 무제한 개방돼 있지만 여당 의원은 청와대, 정부와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새기면서 언행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박근혜 총리’ 카드를 어떻게 보나.

“지금은 ‘보수-진보’ 대립구도가 아니다.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위한 카드라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와도 맞지 않는다. 이념 과잉 시대는 끝났다.”

―최근 발표한 민생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추가 대책을 마련할 때 비판적인 목소리도 반영하겠다. 다만 정부 지원책이 특정 계층에 집중될 경우 균형이 맞지 않아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 문제는 현재 정부가 관련자들과 협상 중이다. 곧 대책이 나올 것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기자

“재협상, 탄력성 있게 논의할 것”

■ 원혜영 민주 원내대표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11일 “쇠고기 재협상과 관련해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 수준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 (여당과) 탄력성 있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재협상을 선언해야 국회에 등원하겠다는 강경론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12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는….

“여당에 쇠고기 재협상과 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법) 개정을 요구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단을 하지 못하면 여당이 결단을 해야 할 때다. 문서상으로 (재협상 의지를) 확보해야 한다.”

―내일 회동을 ‘개원 논의’ 회동이라고 봐도 되나.

“국회의원이 국회를 떠나 촛불시위만 해야겠나.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해법으로써 등원 문제를 논의하겠다.”

―한나라당은 가축법 개정안과 관련해 논의는 하겠지만 수용은 어렵다고 한다. 민주당이 절충안을 제시할 수 있나.

“국민을 대신해 3가지 전제를 내걸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와 특정위험물질(SRM) 배제, 검역주권 확보다. 이 같은 최소 요구 수준을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지 탄력성 있게 논의하겠다.”

―한나라당이 가축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 제안을 해온다면….

“타협에는 기본적으로 양보가 들어 있다. 우리 의견이 100% 수용돼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당내 강경론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물론 국민의 요구 수준에 최소한 부응하는 협상이 돼야 한다. 야당이 (여당과 협의해) 이 정도면 됐다고 했는데 국민이 아니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이 끝까지 야당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한나라당이 계속 버티긴 어려울 것이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과 지금의 촛불집회는 다르다. ‘하다 말겠지’ 하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 이 문제를 봐서는 더 큰 판단의 오류를 범할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의원들도 언론에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가 열리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는 우선순위에서 몇 번째나 될까.

“정부 여당은 최우선 과제로 FTA를 다룰 것이다. 나는 미국 의회가 FTA를 비준하기 전까지 우리가 비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계적 신중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익 관점에서 어떤 방식과 시기를 선택하는 게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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