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서 썩는다고요? 군대가서 훌쩍 컸어요!

  • 입력 2008년 6월 13일 19시 59분


인터넷과 컴퓨터는 병사들의 사회 단절감을 해소하고 사이버 강의와 여가 활동의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육군 일선 부대 병사들이 부대내 마련 된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上). 요즘 신세대 장병들의 최고 간식거리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냉동식품이다. 육군 일선 부대의 한 병사가 PX에서 구입한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로 데우고 있다(下). 사진 제공 육군
인터넷과 컴퓨터는 병사들의 사회 단절감을 해소하고 사이버 강의와 여가 활동의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육군 일선 부대 병사들이 부대내 마련 된 PC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上).
요즘 신세대 장병들의 최고 간식거리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각종 인스턴트 냉동식품이다. 육군 일선 부대의 한 병사가 PX에서 구입한 냉동식품을 전자레인지로 데우고 있다(下). 사진 제공 육군
8일 낮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 앞 위병소.

휴일을 맞아 장병들을 면회 온 가족과 친지들의 손마다 피자가 한 판씩 들려 있었다. 위병소 앞은 면회객들에게 피자를 배달하는 스쿠터들이 계속 오갔다.

올 초 입대한 아들을 면회 온 김영옥(여·53·부산 영도구) 씨는 "아들이 피자가 먹고 싶다고 e메일을 보내와 휴대전화로 주문했다"며 "30년 전 남편 면회때 백숙과 떡을 을 싸갔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건군 60주년을 맞은 우리 군은 각종 첨단전력을 보유한 정예 강군으로 성장했다. 이와 함께 정보기술(IT)의 발달과 신세대 장병들의 개성이 어우러진 병영 풍경도 예전과 비교해 확 달라졌다.

▽인터넷과 e메일은 병영의 활력소=이영동(54·서울 영등포구) 씨는 최근 육군훈련소 홈페이지에서 아들의 사진을 보고 맘을 놓았다.

1주일 전 입대한 아들 걱정에 잠을 못 이뤘던 이 씨는 "다른 훈련병들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군 생활을 잘 하라는 댓글도 달았다"며 "훈련 중 편지 외에 전화 한통 제대로 못 걸었던 옛날과 비교하면 큰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육군훈련소와 각 사단 신교대 홈페이지의 '신병 사진코너'에는 입소한 지 1주일 내 훈련병들의 사진이 실린다. 또 신병들의 자대 배치현황도 인터넷으로 조회할 수 있다.

소속 부대도 모르는 아들의 편지와 휴가를 기다리며 목이 빠졌던 가족들의 얘기는 아득한 추억이 돼 버린 것.

또 일선 부대 장병들은 e메일로 가족과 친지, 애인에게 실시간으로 안부 편지를 쓸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인터넷과 e메일은 장병들의 사회 단절감 해소와 활기찬 병영 생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냉동식품은 최고의 병영간식=10여 년 전만 해도 면회객들은 백숙이나 부침개, 김밥 등을 직접 싸와 장병들을 찾았다. 하지만 요즘 면회객들의 주메뉴는 신세대 장병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햄버거, 도넛 등 패스트푸드가 대세.

육군 관계자는 "휴일마다 각 부대마다 면회객과 장병들이 함께 앉아 피자와 도넛 등을 먹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라며 말했다.

장병들의 간식거리도 바뀌었다. 변변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70년대 이전에는 누룽지가 병영의 별미로 각광을 받았다. 이후 70년대 중반 등장한 초코파이는 군대 배식으로 충분한 당분 섭취를 할 수 없었던 장병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즉석조리할 수 있는 냉동식품이 장병들의 최고별미로 각광받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5분만 가열하면 따끈한 짬뽕면이나 양념곱창, 닭강정 등 다양한 메뉴를 간편히 즐길 수 있기 때문.

일선 부대 관계자는 "장병들의 입맛과 취향을 만족시키는 각종 냉동식품들이 초코파이의 새 경쟁자로 떠올랐다"며 "월급의 상당부분을 냉동식품 구입에 쓰는 장병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전투식량인 건빵과 군대 내에서 보급되는 탄산이 빠진 과일음료인 '맛스타'는 세대를 넘어 지금도 장병들의 호응을 받는 간식거리다.

▽문맹퇴치에서 사이버강의 시대로=창군이후 70년대 초까지 군대 교육은 낮은 교육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문맹퇴치에 주력했다.

당시 일선 부대는 한글반과 기본반(초등학교 1~4학년수준), 중등반(중 1~2년 수준)을 개설해 장병 교육을 실시했다.

산업화가 본격화된 70, 80년대에는 각종 기술기능 인력을 배출했고 90년대 이후에는 각급 부대에 정보화 교육장을 설치하고 중대 PC방, 대대 인터넷 교육장을 설치하는 등 정보화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06년부터 군도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병사들의 자기계발 시간이 주당 최대 20시간까지 늘었다. 많은 병사들이 인터넷 PC를 활용한 'e러닝 시스템'으로 어학, 전공, 취업과 관련된 사이버 교육을 활용하고 있다.

재학 중 입대한 병사들은 소속 대학의 사이버 강좌 수강을 통해 학점을 취득할 수 있고 검정고시 등 다양한 자격증 관련 온라인 교육도 수강할 수 있다.

국방부는 현재 중대급까지 5만대 이상의 PC가 설치됐고 앞으로 전방과 오지 부대에서 PC를 확충 설치할 계획이다.

조경자 국방부 인적자원개발과장은 "군 복무기간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인생의 도약기로 삼을 수 있도록 병영내 학습여건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육·해·공 군복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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