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최고위원 5명, 즉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7월 3일)가 2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쇠고기 파동과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해 전국 순회 합동연설회를 취소하는 등 최대한 조용히 치르겠다는 방침이지만 물밑에서는 불꽃 튀는 표심잡기 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임기 2년의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을 뽑는 이번 전대에 출마를 확정한 후보는 박희태 전 의원, 정몽준 김성조 공성진 진영 박순자 의원, 김경한 전 전북도당위원장 등 7명이다. 최근까지 친박근혜계 대표주자로 출마 여부를 고민해온 허태열 의원은 불출마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까지 판세는 박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이 뒤를 공성진 진영 김성조 의원이 추격하고 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유일한 여성 후보자인 박 의원은 ‘최고위에 최소한 여성 1명 무조건 포함’이라는 전대 규정에 따라 사실상 선출이 확정됐다.
최근 자체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라이벌인 정 의원과의 지지도 격차가 1%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자 16일 참모회의에서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캠프 선거본부장인 김효재 의원은 “초선 의원들은 지역별로 5∼8명씩 만나고 있고 재선 이상급은 의원회관으로 직접 찾아가고 있다. 수도권, 충청, 호남은 이미 한 번 돌았다”며 “지금 시급한 건 찢어진 당을 하나로 수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 측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도권 후보들과 ‘1인 2표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박 전 의원에 비해 당내 기반이 약한 정 의원(서울 동작을) 측은 철저하게 바닥을 훑는 저인망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16일에도 6건의 모임에 참여하는 등 매일 강행군이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지방 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은 누가 당 대표가 되는 게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며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고 호남과 충청도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 측은 촛불정국으로 정당정치가 위기에 처한 만큼 당이 젊고 능동적으로 변해 대통령의 국정쇄신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의원 측은 특히 홍보에 전력할 방침이다. 선거기획사와 새로운 성격의 홍보 전략 및 슬로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보수 정서가 강한 영남 지역 후보와 물밑연대를 꾀하고 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계인 재선의 공성진(서울 강남을) 의원은 17일 선대위 발대식을 갖는다. 공 의원 측은 서울 등 수도권의 원내외 위원장들과 특히 이재오계 소장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범 친박계로 분류되는 진영 의원은 15일 출마선언을 통해 “당이 대통령 보좌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