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in 포커스]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 입력 2008년 6월 17일 03시 04분


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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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수 역할에 최선

‘저격수’는 잊어달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인 5월 말 “대통령은 노 홀리데이를 하더라도 나는 주말에는 좀 쉬어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근 휴일에도 국회나 당사에서 쉽게 그를 볼 수 있다.》

쇠고기 정국이 숨 돌릴 틈도 없이 화물연대 운송 거부로 이어지고, 당내 친이(친이명박) 다툼이 촉발된 상황이 그를 쉬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날마다 국회와 당, 그리고 ‘사건’ 현장을 분주히 찾아다닌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는 “엔도르핀이 더 돈다”고 했다. 당내 비주류에서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이라는 힘센 자리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약발’ 때문일지도 모른다.

복잡한 정국에서 당 안팎을 추슬러야 하는 자리가 여당 원내대표다. 야당과 대화를 통해 원 구성 협상을 해야 하는 책임도 안고 있다.

12일에는 당내 분쟁과 관련해 초선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저녁 늦게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음식점까지 찾아갔다. “내가 이상득, 정두언 의원 측에 강력하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 여러분이 나서면 새로운 분란이 될 수 있다.” 현장경제연구회 소속 의원 20여 명은 홍 원내대표의 이 말을 믿고 성명 발표 계획을 접었다.

최근 그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원내대표 당선 직후 “당 대표는 이러이러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 데 이어, 최근 이상득 의원 퇴진론이 불거지자 “또다시 당내 화합을 해치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동료 의원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한다. 기자와 만난 그는 “여당은 베풀어야 하는 자리다. 통 큰 정치를 하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이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고, 모든 현안을 민주당과 의논하겠다”고도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BBK 관련 고소·고발을 조건 없이 먼저 취하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당내에 아직도 고소·고발 취하 조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말 많고 탈 많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2년간 하면서 모든 안건을 표결 없이 통과시켰다. 정책 결정 전에 여야 원내교섭단체는 물론이고 민노당 의원까지 불러 의견을 수렴했다. 18대 국회에서는 단상 점거가 없는 화합의 정치를 국민께 보이겠다.”

하지만 원내대표가 되기 전 그에 대한 평가는 ‘화합’과는 거리가 있었다.

검사 출신인 그는 검사 시절 몸담고 있던 검찰 조직과 싸우며 거물들을 잡아들인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다. 의원이 된 뒤에는 상대 당을 공격하는 ‘저격수’로 통했다. ‘돈키호테’라는 별명도 따라다녔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경선 때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스스로 ‘비주류’라고 여길 만큼 따르는 의원이 거의 없었던 것도 ‘사람이 자산’이라는 정치인으로서 좋은 평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재의 세력은 문제가 아니다. 세력은 힘 있고 능력 있는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라고 답했다. 그의 가슴속에 간직돼 있는 ‘큰 꿈’의 일단이 살짝 드러나는 듯했다.

저격수가 얼마나 상대를 포용할 수 있을지, 당장 18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이 그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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