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쇄신안으로는 수습기회 놓칠수도”
한나라, 총리-실장 등 대규모 교체 요구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국민 눈높이를 충족하는 인적쇄신’을 다짐한 이후 여권 내부에서 소폭 개편설은 일단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러나 인적 개편의 핵심으로 지목돼온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한승수 국무총리의 거취 등에 관해서는 교체론 속에서도 여권 일각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쇄신안이 국민의 변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리와 대통령실장, 꼭 교체해야 하나”=이 대통령의 ‘국민 눈높이’ 발언 이후 총리 교체설이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교체론이 높던 대통령실장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이 16일 현재까지 결심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총리 후보로 검토해온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이회창 총재의 반대로 어려워지고, 대안으로 거론되는 강현욱 전 전북지사나 이원종 전 충북지사가 대국민 호소력이 크지 못할 경우 한 총리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총리가 유임되면 대통령실장은 교체가 불가피하고, 이 경우 윤진식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거명되고 있지만 정작 실장 교체 여부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총리와 대통령실장이라는 투 톱이 동시에 교체될 경우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얘기와 함께 “쇠고기 추가협상에서 국민 여론을 만족시킬 만한 성과를 낸다면 굳이 총리나 대통령실장을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민심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내각과 수석비서관을 각각 3, 4명 교체하는 선에서 상황을 수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틈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됐던 일부 장관과 수석비서관은 ‘재신임’을 받았다고 자가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과 범보수권, “자칫 영원히 죽을 수 있다” 반발=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과감한 인적쇄신을 통해 변화 의지를 알리고 민심을 수습해야 하는 데도 자꾸 실기(失機)해 촛불정국의 장기화를 초래하고 있다”(한나라당의 서울지역 초선의원)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인적쇄신의 폭과 내용에 관해서도 “촛불시위가 다소 소강 상태를 보인다 해서 미적지근한 쇄신안을 내놨다가는 대통령도, 보수정권도 영원히 죽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앞으로 쇠고기 해결→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인적쇄신→정책쇄신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고소영, 강부자’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새롭게 변하는 청와대’에 맞춰 인선작업이 진행 중이다”며 대폭 쇄신을 기대했다.
심재철 의원은 특히 비공개 발언에서 “대통령실장과 총리 모두 쇄신에 포함돼야 한다. 두 사람 인사 없이는 수석비서관과 장관을 바꿔도 효과가 반감한다”고 지적했다.
임두성 의원도 “인적쇄신은 사람 한둘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전문가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인사탕평책을 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 명을 교체하더라도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변화의 진정성을 알릴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정된 이너서클 내에서 갑(甲) 대신 을(乙)을 쓰면서 ‘사람이 없다’느니 하는 얘기로 더는 국민을 화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