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미만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위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간의 한미(韓美) 쇠고기 추가협상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재개된다고 통상교섭본부가 17일 밝혔다.
이번 회의는 실무회의와 장관급 회담의 2단계로 진행된다. 한미 양국은 16일 저녁까지도 “오늘 중 장관급 회담이 열릴 것”이라며 준비했으나 결국 17일 오후로 순연됐다. 그만큼 사전 조율에 민감한 내용이 많고 신경전이 팽팽한 것.
이에 앞서 15일(현지 시간) 귀국길에 올랐다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협상 연장에 응하기로 한 김 본부장은 16일 미국 워싱턴으로 돌아가 슈워브 대표와 전화접촉 등 비공식 협의를 했다.
이번 협상에서 수출증명(EV)프로그램 등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민간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해 한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할 수 있는 ‘폭넓은 합의’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을 위한 협상’이라는 통상교섭본부의 발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는 물론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수입 방법에 대한 협상도 포괄적으로 진행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다.
김 본부장도 장관급 회담에서 한국 내 여론을 전달하고 폭넓은 협상안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한 모든 협상 카드’를 내밀지 않는다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한국의 요구를 외면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의 대한(對韓) 수출 중단이 장기화된다.
한편 청와대는 17일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과 관련해 “EV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다”며 “우리가 맞고 있는 국난적 상황을 감안할 때 EV프로그램이면 국민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추가협상의 주요 의제로 알려진 EV프로그램은 미국 민간 수출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금지’에 대한 자율규제 방안을 제출하면 미 정부가 준수 여부를 감독해 수출검역증을 발부하는 방식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