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오늘 중 조용한 데로 떠나겠다”

  • 입력 2008년 6월 18일 16시 23분


'신동아' 취재후기

박영준 “오늘 중 조용한 데로 떠나겠다”

다음은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관련기사에 대한 <신동아> 허만섭 기자의 취재후기다.

정두언 의원은 6월7일자 일간지 인터뷰에서 박 전 비서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권력 사유화’의 장본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박 전 비서관에 대해선 “이간질, 음해, 모략의 명수”라고 했다. 정 의원 발언 직후 박 전 비사서관은 “대통령에게 조금이라도 누가되어선 안 된다”며 사임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간 뒤로는 어떤 기자도 만나지 않았다. 점심, 저녁도 구내식당에서 거의 해결했다. 그런 그가 ‘신동아’의 자신과 관련된 보도를 보고는 딱 한 번 전화를 걸어 필자에게 해명을 했다. “전횡? 그런 거 없다”고 했다.

그는 대선 때 ‘선진국민연대’를 조직해 400만명을 이 대통령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그는 휴대전화에 1000개의 전화번호밖에 저장되지 않는 걸 두고 투덜댔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몇 개씩 들고 다녔다. 대선 후 그는 대구에서 출마하려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강권하며 청와대에 주저 앉혔다.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의 전화를 못 받을 때가 있는데 그게 가장 미안하다. ‘선거가 끝나니까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박근혜계 이정현 의원은 <신동아> 7월호 인터뷰에서 “친이명박 실세가 제기한 ‘권력 사유화’ 의혹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건 이명박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별 것도 아닌 일로 서로 싸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그 파문에 휘말려 사임한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100% 억울하다고 본다. 내가 듣기로 그는 인사전횡을 할 만한 위치도 아니고 대통령이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다”고 했다.

박 전 비서관은 <신동아>에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보도되자 18일 오전 전화를 걸어왔다. “정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이 있기 훨씬 전 기사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정두언 의원과 공방을 벌이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중 조용한 데로 떠나겠다. 좋아하는 글이나 쓰면서 지내겠다”고 했다.

허만섭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