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간 행정학자의 길 걸어
정책-대통령學 분야에서 정평
6·3사태 李대통령과 함께 옥고
류 前 실장-정몽준 최고와 인연
정-재계 교분 넓어 ‘왕발’ 별명
과거정부 입각제의 줄곧 거절
이명박 정부의 두 번째 대통령실장에 내정된 정정길 울산대 총장은 관료를 지낸 ‘6·3세대’이면서 정책학과 대통령학 분야에서 권위자로 평가받는 원로 행정학자다. 학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 인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왕발’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정 총장을 2기 대통령실장에 내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모토를 체계적으로 구체화하면서 전임 류우익 실장에게서 다소 갈증을 느꼈던 ‘왕(王) 정무수석비서관’으로서의 대외 소통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는 것.
정 내정자는 국내 학계에 정책학을 처음 도입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그의 저서인 ‘정책학’은 이 분야의 ‘바이블’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경제리더십’에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전직 대통령의 리더십을 경제 정책에 초점을 맞춰 분석함으로써 경제리더십의 관점에서 ‘대통령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정 내정자는 호방한 성격으로 사회 각계의 각종 모임에 활발하게 참여해 온 정재계의 ‘마당발’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교수 출신 치고는 좀 폭넓게 여러 분야에 대해 알아보려 애써 왔다. 앞으로 가급적 많은 사람을 만나고 고칠 것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과거 정부에서부터 여러 차례 입각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새 정부 출범 전 첫 조각 과정에서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직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고 이번에도 처음에는 거절했다”며 “이 대통령이 직접 ‘어려운 때니 도와달라’고 해 승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6·3세대로 학생 시절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그는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가 당시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이던 이 대통령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정 내정자는 “이 대통령과는 데모할 때 같이 했으나 이후 저는 행정부에 들어가고 이 대통령은 기업에 들어가 서로 바빠서 잘 못 만났다. 1980년대 들어 좀 여유가 생기면서 옛날에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이 6·3동지회라는 모임을 하면서 1년에 한두 번 만나 소주도 마시는 그런 관계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류 실장과는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에서 각각 행정대학원 교수와 지리학과 교수로 연을 쌓았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류 전 실장이 천거했다는 소문도 돌았으나 청와대 측은 이를 부인했다.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정 내정자는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조해녕 전 대구시장, 박철언 전 의원, 이명재 전 검찰총장 등이 경북고-서울대 법대 동기들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행정고시(6회)에 합격해 1969년부터 3년간 농림수산부 기획계장으로 잠시 공무원 생활을 했으나 이후 줄곧 학계에 몸담았다. 경북대를 시작으로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에서 교수 생활을 했으며, 2001년 서울대 대학원장을 거쳐 2003년 울산대 총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연임했다.
울산대 학교재단 이사장인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과도 친분이 두텁다.
정 내정자는 이날 “지금 우리 사회에 최근의 촛불시위 같은 것이 얼마든지 더 일어날 수 있는 소재들이 깔려 있다”면서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사전에 일을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