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진화-규제개혁外 대부분 재검토할 듯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정길(사진) 신임 대통령실장은 22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에게 “대선 기간 중요한 공약이었든, 지금까지 추진 중이었든 상관하지 말고 각 현장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책이나 이슈를 먼저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19일)에서 밝힌 공기업 선진화, 규제개혁, 공공부문 개혁, 교육개혁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일단 후순위로 밀려나거나 대부분 원점에서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기업 선진화 등 추진하기로 한 사안도 국민적 동의를 얻어가며 추진할 수밖에 없어 속도가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른바 ‘개혁적 정책’ 대신 국민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안정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각 수석비서관실은 논란이 될 만한 정책들에 대한 현안보고에 들어갔고, 그동안 각 수석비서관실이 추진해 온 정책들의 ‘대수술’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무기한 중단됐고,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은 국토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재구상’에 착수했다. 민정수석비서관실은 8·15 특사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이달 중순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 회의를 소집해 ‘논란이 될 만한 정책 입안이나 시행을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논란을 야기할 만한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역풍이 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안정적인 정책 위주로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가 국정운영의 방향을 ‘안정’ 쪽으로 틀고 있는 데 대해 이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각종 개혁정책이 상당 기간 보류되거나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