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라이스 방한때 ‘8월 방문’ 논의할듯
이명박 대통령은 다음 달 8, 9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확대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이를 전후해 미국 러시아 인도 멕시코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한다.
이 대통령은 9일 G8 확대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8일 우리나라와 같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 멕시코의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과 각각 양자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25일 밝혔다.
또 확대정상회의가 끝난 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및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한다. 한-러 정상회담은 취임 후 처음이며, 한미 정상회담은 4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 당초 G8 정상회담을 마친 뒤 4월 이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귀국길에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미뤄지고 대신 일본 현지 회담 일정이 잡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참석을 전후해 방한할 가능성이 있으며, 28, 29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 때 구체 일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8월 부시 대통령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 때 방한이 이뤄질 수도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한 시기를 밝히지 않았다.
외교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당초 검토했던 7월 방한을 미룬 데 대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에 따른 최근 한국 내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월 방한을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로 검토했지만 확정했던 것이 아니므로 무산, 연기 등은 정확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7월에는 방한 성과가 극대화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방한 일정을 잡는 데는 한 가지 요소만이 아니라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 덧붙여 한국의 촛불시위도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했다.
7월 방한 무산을 발표하는 방식을 놓고도 양국 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미 백악관 대변인이 부시 대통령의 7월 방한은 어렵다는 취지로 기자들에게 말한 24일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서로 박자가 맞지 않는 설명을 했다. 통상 정상회담 문제는 양국 정부가 긴밀히 조율해 동시 성명(statement) 형식을 통해 발표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공식적으로 같이 발표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기자들이 둘러싸인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솔직히 답해 우리도 (미국 측에) 배경을 물어봤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마지막이 될 부시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 이뤄질 가능성에 부담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내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