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신고서 빠진 핵무기도 검증”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 라이스 美국무 방한 쟁점 논의

“민주주의는 시끄러운것” 쇠고기 시위 논평

부시 방한 일정 내달 G8회담서 조율할 듯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28일 방한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청와대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라이스 장관은 유 장관과의 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 검증 작업이 곧 시작될 것이며, 검증 작업에는 6자회담 참가국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방한할 것이다”며 “G8 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방한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26일부터 일본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정상회의 장관급회담에 참석했던 라이스 장관은 29일 이틀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중국으로 출국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라이스 장관은 28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 내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것을 의식한 듯 “한미 양국은 우방국이며 동맹국”이라며 “국가 관계에서는 가끔 무역 분쟁이 나기도 하지만 이것은 정상적인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한미 양국의 공동의 목표는 한미 FTA 비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부시 대통령이 한미 FTA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임기 내에 협정이 비준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연내 비준을 위해 계속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북핵=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 이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검증 문제가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플루토늄이 얼마나 무기화됐는지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혀 핵 신고서에서 빠진 북한의 핵무기도 검증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는 “핵 신고서에는 (비공개 합의록 형태로) 고농축우라늄(HEU)과 핵 확산 활동에 대한 내용도 들어가 있지만 우리가 필요한 충분한 답은 담겨 있지 않다”며 “기대하건대 북한이 그러한(검증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해 한동안 거론하지 않던 HEU 문제를 꺼내기도 했다.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조용한 독재보다 낫다”=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 라이스 장관은 곧장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오후 2시부터 유 장관과 1시간여 회담을 가졌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정부중앙청사 별관 주변에서 시민단체 등은 ‘미국 규탄’ 피켓시위를 벌였고, 회담 5분 전 정부청사 본관과 별관을 연결하는 구름다리 위에서는 “라이스, 고 홈(Go home)!”이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라이스 장관은 이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대해 “민주주의는 본래 좀 시끄러운(noisy) 것”이라며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조용한 독재보다 낫다”고 논평해 눈길을 끌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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