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정치적 변수 커 고통”
2008년 6월을 보내는 지난주 북한 핵문제가 급진전되며 동북아 정세는 평화를 향해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판문점과 서해, 개성공단 등 남과 북이 만나는 ‘접촉면’에서는 분단의 긴장과 안보 불안이 여전했다. 단절된 당국간 관계는 이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북한은 꾸준히 한국의 안보태세를 시험하고 있다.
▽판문점과 땅굴에서 확인한 분단 현실=영변 원자로 냉각탑이 폭파되던 27일 오후. 고려대와 숙명여대에서 북한학과 언론학 등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20여 명이 한반도 안보 환경을 체험하기 위해 판문점을 방문했다.
이들은 공동경비구역(JSA)에 들어가기 전 유엔군사령부의 최전방 경비대대인 ‘캠프 보니파스’에 들러 한 장의 서약서를 받아들고 긴장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방문은 적대 지역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며 북한 도발의 결과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략) 어떤 불평이 있더라도 유엔군사령부 전방기지에 돌아온 후 제기합니다.”
JSA 안에서는 북한이 우리 측 ‘자유의 집’ 근처에 초소를 짓고 있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1976년 ‘도끼만행사건’과 1984년 소련인 망명 때의 총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근 제3땅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서울에서 52km 거리에 있는 이 땅굴을 통해 1시간에 3만 명의 무장 병력을 남파하려 했다. 고려대 정외과 권수현(박사과정) 씨는 “차가운 땅굴 속과 뜨거운 지상의 온도 차는 남북관계의 이상과 현실을 나타내는 듯했다”고 말했다.
▽긴장이 감도는 서해 북방한계선=23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12km 해상에서 해군 2함대 23전대 237편대 소속 참수리 351호정과 327호정이 시속 50km 이상으로 질주하며 초계 및 어선 보호 임무를 수행했다.
짙은 안개 속에서 꽃게잡이 어선 두 척과 북한 해주에서 온 모래 운반선 두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병들은 2002년 6월 29일 이곳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서해교전) 발발 6주년을 며칠 앞두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북한은 전날인 22일 오전 북쪽 NLL을 30분가량 침범했다.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를 단속한다는 핑계로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의 무력 대응을 유발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NLL을 지키는 참수리 대원들은 언제나 출동하기 전 2함대의 제2연평해전 전적비를 참배하며 필승의 의지를 다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협받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올해 3월 말 북한이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에서 한국 당국자 11명을 사실상 추방하자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 군부가 이달 22일 한국 정부의 3통(통행, 통신, 통관) 합의 불이행을 근거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 위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은 24일부터 오전에 개성공단에서 남측으로의 인력과 물자 이동을 막고 있다. 현대아산 김영수 부장은 “금강산 관광사업은 가끔 북측의 출입 사무가 늦는 것 외에 아직 큰 지장은 없다”고 말했다.
판문점=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연평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