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문제 마무리 단계
與, 야당에 입지 더줘야”
“솔직히 많이 외로웠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일 본보와의 퇴임 인터뷰에서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나를 불렀고, 그 길은 외로운 길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대표는 이후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했지만 올해 1월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부활했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대선 참패 후 당의 존립마저 불투명하던 상황을 감안하면 옛 민주당과의 통합, 4·9총선에서 81석 획득 등 재임 시절 거둔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취임 때 ‘독배를 마시는 심정’이라고 했다. 6개월의 소회는….
“당이 도저히 안 되겠구나 하는 시점에서 당을 추스르는 역할을 맡았다. 인내를 갖고 잘 버텨왔다고 자평한다. (옛 민주당과의) 통합을 이뤘고 (4·9총선) 공천에 대해 말도 많았지만 합의제 공동대표라고 하는, 의사 결정을 제대로 못하는 구조에서도 공천혁명을 통해 그나마 81석을 얻었다.”
―재임기간에 가장 마음 아팠던 일은….
“총선 때 신계륜 전 사무총장 지역(서울 성북을)에 (다른 사람을) 공천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 지금은 지났으니 여러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때는 공천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몰랐다. 정대철 상임고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동교동에서도 나를 섭섭하게 생각했다. 아들(김홍업 전 의원)과 비서실장(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다 날아갔으니….”
―아쉬운 점이 있다면….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인준을 못 한 것이 아쉽다. 내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당의 분위기를 인준하도록 바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낮은 당 지지율 문제는 당 대표로서 마음 아프지만 그것까지 욕심을 낼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민주당이 여전히 등원하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원혜영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은 선출해 놓고 국회에서 현안을 다루자’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이 소수자를 배려해서 야당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입지를 줘야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아예 빗장을 걸어버렸다. 하지만 이제 등원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고 본다. 단지 시간이 좀 필요한 게 있다.”
―향후 계획은….
“정말로 나를 발가벗겨놓고 다시 보려고 한다. 과연 이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는지, 필요로 한다면 왜 필요로 하는지,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이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지 생각하겠다. 일단 비울 수 있는 데까지 비우면서 쉬려고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