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제 주도할 당-정-청 소통 길 마련
민주 全大이후 내주부터 본격 대화 시동
黨화합 주력 ‘원외대표’우려 불식 나설듯
한나라당이 3일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을 임기 2년의 새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대선 승리 이후 6개월여 만에 집권 여당의 지도체제 정비가 완료됐다.
친(親)이명박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박 신임 대표가 당권을 잡음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당-정-청 친정체제가 온전히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 대표를 포함해 이날 선출된 5명의 최고위원 중 3명(박희태, 공성진, 박순자)이 친이계로 분류된다. 향후 당 운영에서 친이계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통합민주당이 6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면 정치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지적돼 왔던 양당의 지도체제 정비가 완료돼 18대 국회의 본격적인 여야 관계가 시동을 걸게 된다.
○ 산적한 과제
출범 초기부터 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 가시적인 ‘실적’을 내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날 출범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쇠고기 파문의 과정에서 상실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해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각종 개혁과제를 입법화하는 게 제1의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서는 촛불 정국을 수습하고 야당을 설득해 조속히 국회 문을 열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대표적인 ‘화합 맨’으로 불리는 박 신임 대표는 이 같은 과제 해결을 위해 당-정-청 관계는 물론 대야 관계에서도 특유의 친화력을 내세워 대화와 소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다음 주부터는 양당이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한 본격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당-정-청 협조관계 강화
박 신임 대표가 원내 과반 의석(153석)의 집권 여당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없지 않다.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이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친이계가 결집해 박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한편 이 대통령이 정례 회동 활성화 등을 통해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 대표는 당 주류인 친이계의 지지를 동력으로 삼아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협력하는 기조 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주요 정책을 놓고 당과 정부가 보여줬던 엇박자 현상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6인 회의’ 멤버로 활동한 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데다 정치력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박 대표는 당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 이 대통령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이 청와대에 의해 관리된다는 비판이 나올 소지도 없지 않다.
박 대표가 원내 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와 어떻게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느냐 또한 중요한 과제다. 최근 쇠고기 정국에서 개성이 강한 홍 원내대표가 사실상 당 대표의 역할까지 해온 측면이 있기 때문에 자칫 ‘영역 다툼’이 생길 소지가 없지 않다는 얘기가 한나라당 내에서 나온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 원로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고 홍 원내대표 등 여권의 ‘신주류’와도 가깝기 때문에 불협화음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친이-친박 관계 개선 주목
당내 화합의 최대 걸림돌인 친이-친박 갈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박 대표가 적임자라는 데 당내 견해차가 별로 없다.
박 대표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지내긴 했지만 원래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인 데다 총선 이후 친박 복당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박 대표에 대한 친박 진영의 거부감은 미미했다.
사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당내 친이-친박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최고위원 경선이 계파 간 세 대결로 치러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친박 복당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또한 신뢰관계가 손상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가교 역할을 박 대표가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정치는 타협하는 것… 여야합의로 하루빨리 개원해야
대통령-박前대표 손잡고 국정 이끄는게 黨화합 종착점”▼
■ 朴대표 수락연설-문답
박희태 한나라당 신임 대표는 3일 “대표로서 당내에는 화합을, 국민에게는 신뢰를 쌓겠다”고 취임 일성을 내놓았다.
그는 당선 직후 수락 연설을 통해 “일찍이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 믿음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 우리 정부, 우리 정치권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이 혼란과 위기의 원인”이라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얘기한 것은 국민이 믿고, 국민이 얘기하는 것은 한나라당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는 신뢰를 쌓겠다”며 “이를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표는 “서민경제와 물가문제가 심각하다”며 “대선과 총선 때 한나라당이 약속한 경제살리기에 온몸을 던지겠다”며 말을 맺었다.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그는 “당내 화합의 종착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정답게 손잡고 당과 국정을 이끄는 것”이라며 다시 한 번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당내 화합을 위해 박 전 대표와 만날 계획은 있나.
“지금 꼭 만난다는 계획은 없지만 이제부터 노력하겠다.”
―한나라당 단독 개원에 대한 견해는….
“합의 개원이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을 잘 아는 한나라당이 오죽하면 단독 개원이라는 말을 하겠나. 야당은 얻을 것을 모두 얻었다. 하루빨리 여야 합의를 통해 국회를 열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은 타협이다. 나는 타협주의자다. 그것은 바로 원칙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다. 타협 속에서 여야가 국회를 운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대통령과 조만간 만날 계획이 있나.
“언젠가는 만나겠지만 금방 만나는 일정은 없다.”
―당과 청와대의 관계 설정을 위해 당헌 당규를 개정하겠다고 했다.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10년 야당을 거쳐 국민의 뜻에 따라 여당이 됐다. 야당 때와 달리 여당은 국정에 참여해야 한다. 여당은 청와대, 정부와 밤새워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의 당헌 당규는 야당 때 청와대와의 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든 것이다. 자칫하면 고분고분한 여당, 쓴소리 못하는 여당이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잘 검토해서 시간을 갖고 당청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당을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그렇다고 노무현 정부 때처럼 당청을 분리해 국정을 파탄 낼 수도 없다. 선례를 점검해 국민에게 어떤 것이 유익한지 검토하겠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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