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온건한 정 신임 대표가 열린우리당 출신의 지지를 얻으면서 큰 부채감을 갖게 된 것은 당 지도부의 향후 진로에 선택의 폭을 좁히고 있다. 정 대표의 선거캠프는 선거 기간에 “정 대표가 당선되면 내용상으로는 ‘도로 열린우리당’이 아니냐”는 지적을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실제로 정 대표가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만으로 당선된 것은 열린우리당 출신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열린우리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그를 선거 초반부터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임박한 당 구조조정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열린우리당 출신 당직자들 역시 정세균 체제를 선택했다.
선출된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86 후보 3명이 전원 당선된 것은 향후 당의 정책 기조가 선명한 대여(對與)투쟁으로 치닫게 될 전조로 해석되고 있다. 친노 직계로 통하는 안희정 후보가 당선된 직후 전당대회장에서는 “노무현, 노무현” 구호가 터져 나왔고 1위로 당선된 송영길 후보는 당 지도부를 향해 ‘따끔한 반론’을 펼 수 있는 소신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해 왔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고시 출신으로 국정 경험을 갖고 있는 50, 60대의 김진표 박주선 최고위원이 386 최고위원과 어떻게 균형을 이루느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 대 옛 민주당이라는 이분법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당이 안고 있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이분구도가 부각되지 않은 것은 박상천 대표가 같은 옛 민주당 출신인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이는 당의 화학적 결합이 진척됐다기보다는 2004년 공천 과정에 박 대표가 자신을 공천 배제한 추 후보에 대한 앙금이 남은 탓이란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민주당은 앞으로 발표될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등 당직 인선 및 사무처 구조개편 과정을 통해 화학적 결합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거대 여당을 상대하기 위한 당 체제 정비 과정에서 탕평책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념에 골몰했던 열린우리당의 색채를 지우면서 어떻게 ‘미래로 가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의 변화가 바로 정국의 안정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