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신임 대표는 지난해 8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당의장을 그만둔 지 불과 11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의 수장이 됐다. 정 신임 대표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쌍용그룹 상무 등으로 기업에서 일했으며 15대 총선을 시작으로 내리 4선에 올랐다. 또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의장,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지냈다.
기업 실무와 경제 정책 등에 밝은 대표적인 ‘경제통’이며 당내 복잡한 계파와도 두루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어 관리형 리더로 통한다.
하지만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 한나라당의 단상 점거를 뚫고 행정복합도시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그해 10·26 재선거 이후 임시 당의장을 겸임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서 알 수 있듯 중요한 순간에는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6일 대표직 수락 연설에서도 미국산 쇠고기 파문으로 경색된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 청와대와 여당에 △경찰의 촛불시위 강경진압에 대한 사과 △구속자 즉각 석방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언론 탄압 중단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경과 경제팀 교체를 촉구했다.
내부적으로는 ‘뉴 민주당’을 기치로 내걸고 장기적인 당 쇄신과 발전을 위한 비전위원회를 조직하겠다고 밝혔다. 비전위원회는 산하에 혁신위원회와 정책기획위원회, 지방선거 준비위원회를 둘 예정이다. 또 한나라당과 비교해 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훈련시키는 구조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원탁회의’에 대통령이 불참할 수도 있는데….
“대통령이 포함된 원탁회의라야 현안을 풀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사전조율을 통해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야지 무작정 만날 수는 없다. 당장 내일 회의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회 등원과 관련한 방침은….
“새 지도부가 선택됐다고 해서 기존 방침이 확 바뀔 일은 없다.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과 쇠고기 협상 국정조사는 필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방침은….
“조건부 찬성이다. 첫째는 농업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최소한 비준과 동시에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는 미국의 상황을 봐가며 비준을 해야 한다. 미국 행정부는 관련 법안을 의회로 이송도 하지 않은 상태다. 한미 FTA 비준을 서둘기보다는 유럽연합(EU)과 FTA를 추진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
―탈당자 복당과 여성 및 영남권 배려 방안은….
“탈당자는 당헌 당규에 따라 개별심사를 하겠다. 여성 및 영남권 배려와 관련해서는 대표가 지명할 수 있는 최고위원직을 배정할 계획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