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쇠고기’라는 선동이 거짓임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설득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촛불’에 겁먹고 우왕좌왕,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바람에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처음부터 돌 맞을 각오를 하고 국민 앞에 나와 협상 과정의 잘못은 시인하더라도 ‘광우병 괴담’에 단호히 대응했더라면 이같이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불법시위대가 두 달이 넘도록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는데도 법치(法治)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그저 ‘청와대 지키기’에만 골몰했다. 이 바람에 ‘정권 교체’의 의미마저 빛을 잃은 듯하다.
정부는 ‘촛불’이 확산될 때는 숨죽이고 있다가 시위가 누그러지는 기미를 보이면 담화문이나 내놓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였다. 소용돌이 속에서 누가 나라를 지키고, 폭력 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았는가. 불법과 폭력을 거부한 국민, 대한민국의 표류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선 단체, 그리고 주류언론이 정부를 수렁에서 건져내 주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과 상인의 생존권이 짓밟히는 동안 청와대가 한 일이 무엇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불법 시위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줬다면 시위가 이토록 장기화하고 성직자들까지 가세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를 바로 세우라고 531만 표 차의 대승을 안겼더니 인사, 여당 공천, 대미 협상에서 잇달아 실수를 해 궁지에 몰리자 대폭 인적쇄신을 약속했다. 그래놓고는 다소 여유를 되찾자 미봉(彌縫) 인사로 정권 보신(保身)이나 하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민의 요구는 통렬한 반성을 통해 5년간 이 나라를 이끌고 갈 비전과 체제를 새롭게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국민의 실망감과 참담한 심정을 씻어주지 못하고서도 이 정부에 희망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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