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최근 인터넷이 시대의 총아가 됐지만 여러 부작용으로 인해 눈물 흘리는 사람도 많다. 이런 것들을 보완해서 인터넷이 우리 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넷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법적 대안 마련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 대표,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서병수 여의도연구소장, 나경원 제6정조위원장 등 주요 당직자들을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최근 촛불집회로 촉발된 인터넷 미디어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 업체가 부정확한 정보로 판단되는 게시글이 게재된 것을 알고도 이를 방치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방통위 임차식 네트워크 정책관은 발제문을 통해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로 야기되는 ‘인포데믹스(정보전염병)’ 문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도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며 이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그는 “현행 정보통신망법 44조 2, 3항은 부정확한 정보의 피해자가 요청하거나 피해자 요청이 없을 경우라도 포털사업자가 게시글을 검색할 수 없도록 하거나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사무총장인 이헌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운동이라고 해서 법이 인정한 범위를 벗어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범법을 저지르는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소비자는 불매운동을 할 자유가 있고, 기업은 광고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자유가 있는데 이 두 자유는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인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넷을 통한 불매운동은 소비자기본법에서 정하는 소비자보호운동이라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해당 신문사와 기업에서 그 피해나 업무방해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누리꾼의 광고 불매운동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가능하고, 검찰이 이를 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문화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회장은 “인터넷 문화와 누리꾼 여론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며 “다만 인터넷 역시 인간 사회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맹목적인 방종과 탈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에 대해 “사실상 언론매체의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모든 언론매체에 부과되는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 공익성의 책무를 포털도 수행해야 한다”며 “다만 인터넷미디어가 기존의 방송, 신문과는 차별화된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한 법제화 방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 누리꾼들, 사이버폭력 피해자 김명재 씨 인터뷰에 자성의 댓글 ▼
동아일보가 8일 보도한 ‘사이버 폭력’ 피해자 김명재 씨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 누리꾼들의 반응은 ‘인터넷의 불확실한 정보를 맹신해 벌어지는 잘못된 집단행동에 대한 우려’로 집약됐다.
▶본보 8일자 A6면 참조
“포털이 잘못된 정보 방치하며 돈벌이, 개인에겐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
인터넷 포털 네이버 ID ‘titlist’는 “억울하게 매장된 한 사람의 인생에는 동정을 넘어 소름이 끼친다”며 “느닷없이 마녀사냥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인터넷 세상이 무섭다”고 말했다.
ID ‘skyloverv’는 “저도 그땐 김 씨를 비난하던 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며 “진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많은 사람의 말을 맹신해버리는 지금의 촛불시위 같은 일을 그때 해버렸던 것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의 글을 올렸다.
김 씨의 사례를 최근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왜곡과 비방에 빗댄 누리꾼도 있었다.
ID ‘hscheong73’은 “지금 이런 사회병리 현상에 대해 모두 자성하고 차분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정보가 무책임하게 대중을 선동하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발 진보세력은 언론탄압, 민중탄압을 거론하기 전에 책임 있는 언행을 했는지 자성해 달라”며 “대한민국이 망하든 말든 집권세력을 전복시키고 권력만 잡으면 된다는 저의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개인의 안타까운 사연을 어떻게든 촛불시위와 연결시켜 현재 상황을 비하하고 (촛불시위에 영향을 미친) 다음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개인적인 상처에도 불구하고 실명(實名)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다수의 횡포를 정의감이나 민주주의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포털의 폐해를 독자들도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