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10일 ‘한미 쇠고기 수입 협상 국정조사 특위’ 등 6개 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18대 국회 초반부터 여야 간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가 “선수(選數)에 구애받지 말고 화력 센 의원을 전면 배치하라”고 원내대표단에 지시할 정도로 이번 특위 활동을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촛불시위에 이어 또 다른 혼란의 불씨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준비 중이다.
6개 특위 가운데 여야가 가장 민감해하는 특위는 단연 국정조사 특위와 ‘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법) 개정 특위’. 특히 국정조사 범위에 △수입위생조건 개정과 관련한 한미 간 기술협의 과정 및 정부 내 논의와 실무과정 전반 △협정문 내용 및 양국 간 세부합의 내용 △추가협상 과정 일체 등이 포함돼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새로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정조사의 타깃을 쇠고기 협상 배후의 의사결정 과정과 기술적 문제로 분리해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4월 18일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12시간 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협상단 회의를 소집했는데 그때 어떤 내용이 논의됐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입장이 언제 바뀌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동물성 사료금지조치 강화 시점에 대한 협상팀의 사전 숙지 여부,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기준이 미국 내수용과 한국 수출용에 다르게 적용된 경위 등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정조사 특위에서 정부의 추가 협상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충분하다는 점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가축법 특위’는 민주당이 이미 제안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SRM 규정 강화 △검역주권 확보 등이 어떤 식으로 법안에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일단 가축법 개정으로 기존 쇠고기 협상을 무력화해 재협상을 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경우 민주당도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되는 만큼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를 개정안에 반영하는 선에서 절충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많다.
‘상임위 특위’에서도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된다. 서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 가운데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해 야당에 넘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갖는다면 법사위 권한 조정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나라당이 말하는 3개월간 법안 미처리 시 본회의 직권 상정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공기업 관련 대책특위’에서는 산업은행이나 가스공사 등의 민영화 여부, ‘민생안정대책특위’에서는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현 경제팀의 실책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민생특위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자진 사퇴까지 유도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생 탐방을 다니며 다양한 의제를 만들어놨기 때문에 민생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