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은 관광객 박왕자 씨가 오전 4시 반경 숙소인 비치호텔 주변의 해금강해수욕장을 거닐다 군사경계지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5시경 피격됐다고 통보했다. 초병이 수차례 정지를 명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뒤돌아 달아나기에 경고사격 후 발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 씨를 정조준해야 할 만큼 군사시설 보호가 급박한 상황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박 씨는 통제구역인 줄 모르고 들어가 변을 당했을 것이 거의 틀림없다. 그러나 오전 5시경이면 어둠이 걷히기 시작할 때여서 박 씨가 관광객임을 알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박 씨는 비무장 상태의 여성이었다. 그런데도 발포한 것은 명백한 과잉대응이다.
북측이 현대아산에 통보한 피격 현장과 상황도 그대로 믿기 어렵다. 북은 사건 후 4시간 반이나 지난 오전 9시 20분경에야 현대아산에 통보했다. 현대아산 측이 ‘피격 현장’에서 금강산병원장의 확인을 거쳐 시신을 인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은 우리 정부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과잉대응에 대한 북측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우리 정부가 직접 현장 검증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통일부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통보받은 시간은 이날 오전 11시 반경인데 이 대통령이 최종 보고를 받은 때는 2시간이나 지난 오후 1시 40분경이다. 왜 이토록 중대한 사건이 늑장 보고됐는가.
이 대통령은 사건을 알고서도 마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국회 연설을 마쳤다. 청와대는 “이 사건과 남북대화 제의는 별개였다”고 강변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통수권자로서 당당하게 유감 표명을 한 후 연설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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