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실천의 시대로”… 北측 반응 주목
국난적 상황 극복 서민경제-물가 안정에 방점
‘발전과 통합’ 국정운영의 두 축으로 제시
《이명박 대통령은 11일 제18대 국회 개원축하 연설을 통해 경제활력 복구, 사회통합, 법과 질서 확립, 남북 간 상생 협력 등 국정운영의 기본 방향을 거듭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최근 대내외 악재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을 ‘내우외환’으로 규정하고 ‘발전’과 ‘통합’이라는 국정운영의 두 수레바퀴로 국민의 긍정적 에너지를 모아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다.》
▽전향적 남북관계 의지 피력=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기본합의서, 7·4공동성명, 6·15선언과 10·4선언 등 과거 남북간 모든 합의에 대한 이행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고 북한에 전면적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이와 함께 인도적 식량지원과 국군포로, 이산가족, 납북자 문제 등에 관한 협력을 제안해 북측 반응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또 “남북관계도 이제 호혜의 정신에 기초해 ‘선언의 시대’를 넘어 ‘실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특정 정권 차원이 아니라 민족 장래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물가안정 주력 다짐=이 대통령은 최근 국제 유가 급등, 금융시장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국난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경제정책을 ‘성장’에서 ‘안정’ 위주로 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경제살리기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석유제품과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 물가를 압박하는 금융, 외환시장에서의 요인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별도의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서민경제 회생을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부동산 시장의 안정 기조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방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래 활성화와 시장 기능의 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절약형 소비구조 역설=이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파동을 언급하며 장기적인 국가과제로 이른바 ‘녹색성장론’을 선보였다.
이 대통령은 “고유가와 기후변화는 우리 산업구조와 생활 전반의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기름을 덜 쓰고 탄소를 덜 배출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 국민도 각자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아끼고 생활 속에서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국회 비준을 당부했다. 또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녹색성장 시대’ 개막 및 이를 위한 ‘기후변화 기본법’ 제정,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한 비정규직보호법 보완 개정, 식품안전 확보를 위한 ‘국민건강대책기구’ 구성, 지역활성화를 위한 지방세제 개편 등을 약속했다.
▽“긍정과 발전의 역사관으로 새로운 도약을”=이 대통령은 올해 ‘건국 60주년’ ‘제헌 60주년’ ‘창군 60주년’을 맞는 데 대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선진일류국가로의 새로운 도약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한국을 가꾸어 오신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자만은 경계해야 하지만 자신감은 가져야 한다.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는 국민에게는 미래가 없으며, 긍정과 발전의 역사관이야말로 우리를 희망찬 미래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에 대해 “‘창조 소통 통합의 전당’이 되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의 새 장을 열어 달라”면서 “정부도 국회를 국정파트너로 존중하고 대화정치를 앞서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위기일수록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긍정적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다. 발전과 통합의 두 수레바퀴를 힘차게 돌리기 위해 저와 정부부터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법치와 관련해 그는 “법과 질서가 바로서지 않으면 신뢰의 싹은 자랄 수 없다”면서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시켜 사회불안을 부추기는 ‘정보전염병(Infodemic)’은 경계해야 한다. 감정에 쉽게 휩쓸리고 무례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