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열람 귀찮아 불법 저질렀다는 거냐”

  • 입력 2008년 7월 12일 03시 00분


노 前대통령 “열람권 보장하면 기록물 사본 반납”

기록물 관리법 ‘소유권은 국가에… 무단유출은 불법’ 명시

盧측 “사본유출 넓은 의미의 열람권”… 靑 “法 자의적 해석”

노무현 전 대통령은 1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민주당 신임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청와대가) 너무 야비하게 한다. 앞으로는 대화를 하겠다면서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록을 보지 말라는 말이냐. 그전부터 (청와대 측과) 대화하면서 (열람) 조치를 바랐다.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조치가 되는 대로 사본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전용선 서비스를 위해 월 250만 원을 주는 방안을 마련해 주거나 내 비서 3명에게 공무원 비밀취급인가를 내주고 관리시켜 주면 돌려주겠다”고 덧붙였다.

▽열람권과 불법반출은 별개=청와대 관계자는 “자료 반출은 명백한 불법 행위로 양해하고 말고 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법적 절차에 따라 원칙에 입각해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은 마치 열람권을 보장하지 않아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열람권과 불법 반출은 분명히 별개”라고 못 박았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3조는 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는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에 대해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14조에서는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 손상 은닉 멸실(滅失)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인(私人)인 노 전 대통령이 사본이든 원본이든 대통령기록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봉하마을로 기록물을 가져간 것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열람권 주장의 허실=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수인계 과정에서 청와대 측에 열람권 보장을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양측 간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사본을 먼저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은 법적으로 재임 중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면서 “사본을 가져올 수 있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 도서관 이용 시 열람이라고 할 때는 단순 열람은 물론 복사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법이 허용하는 ‘넓은 의미의 열람권’ 차원에서 사본을 가지고 나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노 전 대통령 측의 ‘넓은 의미의 열람권’ 주장에 대해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이라며 “열람 편의 제공의 주체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이지 노 전 대통령 측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불법으로 가져간 기록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열람권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조소현 변호사는 “열람 편의 제공의 주체가 ‘대통령기록관의 장’이라는 말은 복사를 하더라도 국가기록원에 있는 원본을 복사해서 가져가야 한다는 뜻”이며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넘기기 전에 먼저 복사한 행위는 넓은 의미의 열람권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용선 요구도 논란 소지=노 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요구가 법률에 근거한 권리로 보고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18조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해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용선 등의 요구가 ‘필요한 편의’에 해당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전산망 요구에 대해 “열람 편의에 전산망 설치가 명시돼 있다면 모를까 규정도 없는데 이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김해=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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