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료 유출, 양측 주장만 팽팽

  • 입력 2008년 7월 13일 19시 20분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대통령 기록물 반출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록원이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김영호 행정안전부 1차관과 정진철 국가기록원장, 임상경 대통령 기록관장 등 5명은 이날 오전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인 뒤 노 전 대통령 측과 협의를 벌였다. 정 원장 등은 이날 오전 10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사저에 머물렀다.

방문 조사 후 김 차관은 기자들에게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e지원(知園) 시스템' 서버 1대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자료의 무단 유출을 금하고 있는 만큼 노 전 대통령의 서버 보유는 실정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한 것에 해당되는 만큼 원본-사본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노 전 대통령 측의 사본 주장을 일축했다.

정 원장도 이날 봉하마을에서 기자들에게 "봉하마을 사저에서 확인한 서버를 회수하려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이 '열람 방식이 확정된 뒤 반납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측이 희망하는 전용선 구축을 통한 열람은 보안문제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필요하다면 다시 봉하마을을 방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노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원 관계자들이 비서진과 협의 중인 낮 12시 경 사저 앞에 나와 방문객과 기자들에게 "필요한 때에 자료를 보고 국정을 정리하거나 회고록을 쓸 수 있도록 열람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 왜 자꾸 (성남에) 와서 보라고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록원에 넘기지 않고 꼬불쳐둔(숨겨둔) 것이 있는지, 여기 기록이 해킹 가능성이 있는지, 원본인지 아닌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모두 확인하라고 했다"며 "오늘 오신 분들이 눈치를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천호선 전 청와대대변인 등은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현 청와대는 기초적 사실을 왜곡하고 졸렬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지난해 8월부터 12월 사이 당시 행정자치부(국가기록원)와 자료열람을 위한 온라인 구축, e지원 시스템 복사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협의가 되지 않아 1월 대통령 결정으로 복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천 전 대변인은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옮겼다는 주장이 있지만 청와대에 있었던 것과 사저의 것은 기종 자체가 다르다"며 "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료 활용을 위해 복사한 것은 관련법에 걸리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복사를 위해 유령회사를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디네드는 봉하마을의 e지원 시스템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는 업체로 유령회사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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