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뚫려야 일이 되지요. 경제는 길을 타고 옵니다. 서해, 남해에 비해 동해 쪽은 아직도 1970년대 수준입니다.” 경북도 정환주 도로철도과장은 새 정부 출범 후 국토해양부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동해안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알렸다. 그는 이번 주부터는 기획재정부를 주 1회 방문할 예정이다. 정 과장은 13일 “접근성은 수도권이 기준”이라며 “서울에서 경북의 울진이나 영덕에 오려면 4시간 넘게 걸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2000억 원 요구에 고작 4억 원 반영
경북도는 도지사부터 실무자까지 ‘동서6축 고속도로 조기 개통’에 한(恨)이 맺혀 있다. 충남 서천∼공주∼충북 청원∼경북 상주∼안동∼영덕 구간 중 서천∼공주(59km)는 공사 중이며 청원∼상주(80km)는 개통한 상태다. 그러나 상주∼영덕(106km)은 올해 기본설계를 할 계획이다.
기본설계가 끝나더라도 착공하기까지는 정상대로 추진해도 10년가량 걸린다. 하지만 경북도의 ‘불안감’은 매우 깊다. 설계와 함께 구간별 공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20년, 30년이 지나도 개통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경북 동해안의 중추도로인 국도 7호선(포항∼울진 138km)의 4차로 확장공사가 1989년 시작됐지만 찔끔찔끔 공사를 하다 올해 말쯤 끝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국이 고속도로로 1일 생활권이라고 하지만 동해안에는 제대로 된 고속도로가 없다.
김장환 건설도시방재국장은 “서해와 남해에 비해 동해안의 교통 기반은 수십 년 동안 너무나 소외됐다”며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하는 방식으로 동서6축 고속도로 상주∼영덕 구간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정말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국토해양부에 설계와 시공에 필요한 2000억 원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설계비 일부에 해당하는 4억 원을 편성해 둔 상태다. 울릉도의 일주도로 완전 개통은 40년 동안 중앙정부에 무려 100여 차례 건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답 없는 메아리’다.
울릉 일주도로 총연장 44km 가운데 40km는 2001년 개통됐다. 이 구간 공사를 하는데도 1963년부터 무려 38년이 걸렸다. 나머지 4.4km는 난공사 구간이라는 이유로 불통상태.
경북도와 울릉군은 “지방도인 일주도로를 국도로 승격시켜 개통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국도는 안 되고 ‘국가지원 지방도’를 검토해 보겠다”는 막연한 답만 내놓고 있다.
○ ‘고(GO) 프로젝트’ 지원해 달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일대에는 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8월이면 컨테이너선 4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4선석 규모의 항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1년까지 1조5000억 원을 들여 15선석 규모의 부두 공사가 끝나면 포항항은 러시아와 일본으로 뻗어나가는 환동해권의 중심 항구로 거듭나는 꿈을 꾸고 있다. 하지만 예산 규모가 줄어 ‘제2 영일만의 기적’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경북도는 포항 영일만신항을 비롯해 동해안을 확 바꾸는 ‘고(GO, 경북 오션) 프로젝트’에 경북의 미래를 걸고 있다.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을 연결하는 동해안의 바다와 내륙에 대규모 에너지 클러스터(집적단지)와 해양연구단지, 문화관광 기반을 2020년까지 완료해 경북의 ‘생활 지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고 프로젝트’의 90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3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비전이 ‘고’할지 ‘스톱’할지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서해와 남해라는 ’L‘자형에 그치느냐, 동해까지 포함하는 ‘U’자형으로 휘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경북도는 환동해권의 발전을 위해서 ‘미래 지향적인’ 시각을 정부에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타당성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기반이 조성됐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올 것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울릉도 경비행장 건설. 국토해양부는 “타당성이 없으니 민자를 유치해 경북도가 자체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하지만 경북도의 생각은 정반대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영일만신항, 상업-주거-비즈니스 복합기능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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