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토주권에 선전포고”… 미래지향 관계 재검토

  • 입력 2008년 7월 15일 02시 50분


독도 영유권 명기한 해설서14일 일본 도쿄에서 문부과학성 주최로 열린 독도 명기 최종 조정안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문부성에서 발간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책자의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 도쿄=연합뉴스
독도 영유권 명기한 해설서
14일 일본 도쿄에서 문부과학성 주최로 열린 독도 명기 최종 조정안 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문부성에서 발간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안내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책자의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명기했다. 도쿄=연합뉴스
“정상회담서까지 자제 요청 했는데…”

교과서 왜곡때 이어 주일대사 소환

독도 관리 14개 사업 연내 추진키로

14일 일본이 끝내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사실상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하기로 결정하자 정부는 즉각 총력 대응에 나섰다. 독도 영유권과 일본 교과서 문제는 국민 여론을 크게 요동치게 하는 폭발력 있는 사안이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사실상 우리 영토주권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한이 있더라도 전방위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주일대사 소환하기로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날 오후 4시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독도 영유권 명기 방침을 발표한 직후인 오후 4시 40분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오후 5시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招致)했다. 외교부는 시게이에 대사의 외교부 청사 도착 시간과 사진 촬영 장소 등을 미리 공지했고 유 장관과 시게이에 대사는 악수도 생략한 채 비공개 면담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권철현 주일대사를 소환하기로 했다. 대사 소환은 상대국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를 표현하는 가장 높은 수위의 외교적 수단이다.

권 대사 전에 해외에 주재하던 대사가 본국에 소환된 사례는 모두 4건으로 이 중 1995년 주뉴질랜드 대사를 제외한 3건이 주일대사였을 만큼 일본과 우리 정부의 관계에는 늘 뿌리 깊은 갈등이 잠복해 있었다. 2001년 4월 일제침략 등 과거사를 왜곡한 역사교과서가 일본 문부과학성 검증을 통과했을 때 최상용 전 대사가, 1998년 1월 일본의 일방적인 한일어업협정 파기 때 김태지 전 대사가 각각 소환됐다. 1966년에는 김동조 전 대사가 일본이 북한에 플랜트를 수출하고 북한 기술자에게 입국 사증을 발급하자 소환됐었다.

○ 부처별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

청와대는 관계 부처와 관련 기관을 총동원해 분야별 대응조치를 발표했다.

국토해양부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독도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시행 계획을 연내 발표하기로 했다.

또 △독도 및 주변 해역의 생태계 및 자연환경 보호 △독도 주변의 해양 수산자원의 합리적 이용 △울릉도와 연계한 독도 관리체제 구축 등 5개 분야에서 모두 14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장관 명의로 일본의 문부과학성에 항의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며 경찰청장은 독도 주변 수역 경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15일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을 재조명하는 학술회의를 개최 하는데 이어 18일부터 유학생과 교포를 대상으로 독도 아카데미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교과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은 8월 13∼15일 청소년 독도캠프를 열기로 했다. ○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수정 불가피

정부의 이 같은 초강경 대응 방침은 현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5월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포착된 이후 우리 정부는 두 차례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 차관급 전략회의 등 각종 외교 경로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기간에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명기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도모하자’는 양국 간 합의사항을 뒤집는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갈지는 일본 측이 취하는 행동에 달려 있다”고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초치(招致)::

‘항의나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 위해 불러서 오도록 한다’는 뜻으로 외교가에서 쓰인다. 그동안 독도 문제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몇 차례 주한 일본대사가 외교통상부로 초치된 적이 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동아닷컴 인턴기자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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