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한 한국 측 목격자가 늘어나면서 북한이 박왕자(53) 씨의 사망 시간을 고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해소해 줄 객관적 물증의 하나로 북측 군사경계지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주목받고 있다.
목격자들은 사고 현장에서 총소리를 들은 것은 북한 당국이 주장한 11일 오전 4시 50분경이 아니라 이보다 늦은 5시 이후라고 주장했다.
이 증언이 사실일 경우 북한이 주변이 어두운 새벽에 박 씨가 군사경계구역을 침범해 총격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총격 시간을 앞당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현재 진상 규명을 위한 정부 차원의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목격자 등 관련자들을 면담하고 진술을 취합해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부터 금강산에 체류하고 있는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일행도 북측에 이 CCTV에 박 씨의 모습이 찍혔는지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측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의 CCTV는 회전하지 않는 고정식이며 직각으로 만나는 펜스와 산책로의 중간 지점 방향, 즉 약 45도 각도로 해변 쪽을 향하고 있다고 현대아산 측은 밝혔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CCTV는 2005년 7월부터 금강산해수욕장에서 야영이 허용되면서 당시 현대아산이 북측 금강산관광 사업 담당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에 일종의 안전 설비의 하나로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당시 CCTV를 요청한 쪽은 북측이고 현재 이 CCTV의 관리도 북측 당국이 맡고 있다고 현대아산 측은 덧붙였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